[오버헤드킥]칭찬으로가까워진동문

입력 2008-10-22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1


삼성하우젠컵 결승전 기자회견이 열린 21일 축구회관 5층 대회의실. 경신고 선후배인 차범근(55) 수원 감독과 박항서(49) 전남 감독에게 던진 마지막 질문은 두 사람의 인연에 관한 것이었다. ‘혹시 두 분 사이에 특별한 사연이 없느냐’고 묻자, 같은 학교를 나온 것 외에는 특별한 친분이 없는 둘은 곤란한 듯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사회자의 건의로 선배인 차 감독이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같이 생활을 하지 않았고, 내가 독일로 가서 공백도 있어 얼굴 보고 그러지 못했어요. 그래서 별로 할 이야기가 없는 것 같습니다.” 심각한 표정으로 옆에 앉아 있던 박 감독은 선배를 치켜세우며 말을 시작했다. “명성만 듣고 존경하는 선배님이었을 뿐이죠. 제가 입학할 때 감독님은 대학에 진학하셨고, 지도자 생활하면서 같은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습니다.” 후배의 이야기를 들은 차 감독도 미안했는지 한마디를 거들었다. “우리 후배가 월드컵 팀에서 코치하면서 준비했던 기억이 있는데, 후배고 동문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지금도 팀을 잘 추슬러 새로운 팀이 됐다고 생각 합니다”라고 화답했다. 인터뷰를 마친 뒤 박 감독은 차 감독에게 다가가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하며 악수를 청했다. 차 감독은 웃으며 후배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 줬다. 인터뷰 장 밖에서는 엘리베이터를 양보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어색함의 극치, 하지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두 감독의 어색한 관계는 시종 서로에 대한 칭찬으로 어느 새 많이 가까워진 듯 보였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