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영웅]‘거미손거미발’이운재있으매…

입력 2008-10-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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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차례신들린선방…전남추격찬물
이운재(35·수원·사진)가 몸을 날릴 때마다 전남 관중들은 일제히 아쉬운 탄성을 내뱉었고 수원 관중들은 일제히 일어나 환호했다. 이운재가 22일 벌어진 전남과의 컵 대회 결승 홈경기에서 신들린 선방으로 팀에 3년 만의 우승컵을 안겼다. 전반 22분 전남 백승민이 날린 결정적인 오른발 슛은 이운재의 발에 걸렸고 후반 31분 송정현의 헤딩슛은 이운재의 품에 안겼다. 2차례 슛 모두 골과 다름없었던 장면. 이 슛이 들어갔다면 수원의 2-0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었을 정도로 절묘한 타이밍에서 선보인 선방이었다. 이운재는 1996년 수원 유니폼을 입은 이후 11시즌 째 수원 골문을 지키고 있다. 말 그대로 수원의 수호신인 셈. 경기 때마다 결정적인 찬스를 막아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수비수들이 불안할 때는 큰 호통으로 후배들을 다그치며 경기의 흐름을 팀에 유리하도록 이끈다. 수원이 올 시즌 주전 수비수들의 줄 부상 속에서도 K리그 14개팀 중 최소 실점(26)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운재의 수비 리드가 큰 힘이 됐다. 이운재는 포항과의 4강 PO에서 승부차기를 3개나 막아낸데 이어 결승에서도 멋진 선방을 선보이며 다음 달 있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2010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원정을 앞두고 대표팀 재승선에도 청신호를 밝히게 됐다. 작년 아시안컵 음주 파문으로 받은 징계가 11월 2일 해제되기에 허정무 감독으로부터 기량만 인정받는다면 태극마크를 다시 다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믿기지 않는 순발력을 선보이고 있는 이운재가 K리그와 대표팀에서 동시에 ‘제 2의 전성기’를 열 수 있을 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수원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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