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엄마앞으로더잘할게요

입력 2008-10-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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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저희 친정 어머니 칠순이었습니다. 기쁘고 좋은 날, 사실 별로 즐겁지를 못 했습니다. 저희 형제가 2남 2녀인데, 딸들은 다 결혼해서 아이들까지 낳고 잘 살고 있는데, 아들 둘이 다 결혼을 안 해서 저희 부모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십니다. 마치 결혼 못 하는 게 당신들 탓인 양 늘 맘 아파하셨습니다. 환갑 때도 번잡스러운 거 싫다고 하셔서 그냥 조용히 넘어갔습니다. 그래서 칠순만큼은 잘 챙겨드리고 싶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아들이 결혼도 안 했고, 며느리도 없는데 무슨 칠순이냐며 안 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부모님 마음이야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자식들 입장에서 못 해드리는 게 못내 서운하고 죄송했습니다. 저희는 엄마의 뜻에 따라 그냥 식구끼리 만나서 고깃집에서 맛난 저녁식사하고 술도 조금씩 마시면서 어머니 칠순을 축하해 드렸습니다. 저녁 9시가 넘으니까 부모님께서 몹시 피곤해하시며 먼저 주무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밤 10시가 넘으니까 애기들도 모두 자고, 언니와 저, 그리고 형부와 저희 남편 딱 넷만 남은 겁니다. 서로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문득 노래방 얘기가 나왔습니다. 저는 둘째가 이제 34개월이라서 못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 애가 가끔 밤에 깰 때가 있는데, 제가 없으면 엄청 울어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천하태평 저희 남편은 “장모님이 계신데 무슨 걱정이야? 요즘은 그냥 푹 잘 자더라∼ 안 깨니까 걱정마!” 이러면서 빨리 가자고 했습니다. 저희 언니도 피곤해서 자고 싶다고 했는데, 남편이 “에∼이 처형 빠지면 재미 없죠∼” 이러면서 억지로 끌고 노래방을 가게 됐습니다. 그렇게 저희 넷은 노래방에 도착해 신랑이 빠른 곡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노래 잘하는 형부가 다시 노래 한 곡을 뽑아 분위기를 유도했습니다. 저희 부부들끼리 브루스 타임까지 만들어 가며 신나게 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1시간쯤 놀았을까 노래방 주인아저씨께서 들어오시더니 “지금 카운터에 어떤 할머니 한 분이 애기 데리고 오셨는데, 혹시 애기 엄마 이 중에 있으십니까? 애기가 자다 깼다면서 엄청 울던데요?” 하셨습니다. 전 그 얘기를 듣고 마이크를 던지면서 뛰어 나갔습니다. 그랬더니 벌써 밖에 나가셨는지 카운터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밖으로 나와 봤더니 어두운 밤 저 멀리 저희 부모님 모습이 보였습니다. 두 분 다 파자마 바람으로 나오셔서 우리 애를 구부정하게 업고 계셨습니다. 저는 “엄마∼ 애기 깼어요? 어떻게∼ 엄마아빠 주무시다 나오시게 해서∼ 전화를 하지 그러셨어요. 휴대폰 가져갔는데…” 했더니 엄마가 “니 아버지는 전화를 했다는데 어떻게 했는지 안 받고, 애는 아무리 달래도 울고. 그래서 혹시나 노래방에 왔나 싶어서 이렇게 기웃기웃 다니고 있었다” 하셨습니다. 그 순간 두 분이 우는 애 때문에 얼마나 마음 졸이셨을까 생각하니까 너무 죄송했습니다. 노래방에서 정신없이 노느냐고 집에 있는 애 걱정은 안하고 있었으니, 정말이지 제가 엄마가 맞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업고 계신 애를 받아 안았는데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그때까지도 애가 훌쩍거리고 있었습니다. 그 때 애 재운다고 방으로 바로 들어가서 저희 부모님께 고맙고 죄송하단 말씀 못 드렸는데, 이번 기회에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 날 엄마 칠순 제대로 못 챙긴 것도 죄송한데 잠까지 설치게 만들어서 너무 너무 죄송했습니다. 엄마아빠∼ 앞으로 더 잘 할게요∼ 죄송합니다. 사랑해요!! 경기도 용인 | 이연숙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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