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사우디아라비아전(20일 새벽 1시35분)의 승부가 측면 싸움에 달려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우디는 측면 공격이 위력적이지만 그만큼 측면 수비에 허점을 보이고 있다. 상대 날개를 꽁꽁 묶는 동시에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공격의 물꼬를 터야하는 좌우 풀백에 누구를 세우느냐를 놓고 허 감독이 고심 중인 것은 이 때문. 카타르와의 평가전(1-1 무승부)에서는 왼쪽에 김치우(서울), 오른쪽에 조원희(수원)와 최효진(포항)이 번갈아 출전해 허 감독의 시험을 받았다. ○오른쪽 풀백 대체 자원 테스트 허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후 줄곧 한 포지션에 최소 2명을 선발하는 방식으로 엔트리를 꾸렸다. 주전 멤버가 부상을 당할 경우 재빠르게 대처하기 위한 복안. 그 동안 대표팀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뛰던 조원희는 카타르 도착 이튿날인 13일 훈련에서 갑작스레 오른쪽 풀백으로 전술 훈련을 소화한 후 카타르 평가전에서 오른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했다. 이는 김동진이 부상당해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하면서 생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해외파의 몸 상태를 체크하던 중 김동진이 정상이 아니라는 정보를 듣고 일찌감치 조원희의 오른쪽 풀백 가능성을 시험한 것. 카타르전은 지난달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전에서 오른쪽 풀백을 본 이영표를 왼쪽으로 돌릴 경우 오른쪽 풀백의 백업 멤버로 조원희와 최효진 중 누가 나은가를 테스트하기 위한 무대였던 셈이다. 조원희는 “이미 경기 전날 통보를 받고 준비했기에 크게 어색함은 없었다. 어느 포지션이든 구애받지 않고 사우디전을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포지션 바뀌며 우왕좌왕 남은 과제 카타르전에서 강민수(전북)가 왼쪽 풀백으로 뛴 것은 전반에 가벼운 부상을 당한 김치우를 쉬게 하려는 임시처방이었다. 그러나 강민수가 왼쪽으로 이동하고 교체 투입되는 선수마다 원래 포지션이 아닌 곳에서 뛰면서 당초 목표 했던 기량 점검의 효과를 100% 거두지는 못한 모습. 중앙 수비수 임유환(전북)은 수비형 미드필더를 봤고, 송정현(전남)은 오른쪽 윙어를 소화했다. 하대성(대구)만이 후반에 이근호(대구)가 빠지고 4-5-1 포지션으로 바뀌며 제 포지션인 공격형 미드필더를 소화했다. 허 감독은 카타르전 후 “썩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사우디전을 앞두고 선수들의 컨디션을 점검하는 차원이었기 때문에 결과에는 큰 불만이 없다. 어느 선수가 가장 적합한지를 봤고 해외파 선수들이 합류할 때 어떻게 조합할지도 고려했다. 선수기용에 좋은 기준이 될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박지성 이영표 등 해외파가 합류 후에는 이런 땜질식 조합 보다는 가능한 빨리 베스트 11을 확정, 사우디전에 총력을 쏟아야하는 것이 허정무호의 과제이다. 도하(카타르)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