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대담]김인식-김성근,한국야구의길을묻다

입력 2008-12-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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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다. “어른이 없다”고 한탄하는 세상이다.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 프로야구계는 행복하다. 갈등이 발생할 때마다, 고비에 직면할 적마다 돌아보고 의지할 수 있는 ‘큰 어른’이 버티고 있어서다. SK를 프로야구 최강팀으로 개조시킨 김성근 감독(67)과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감독으로 재추대된 한화 김인식 감독(62)은 우리나라 야구 현장의 양대 원로이자 명장으로 통한다. 스포츠동아는 기축년 신년을 맞아 백전노장 양김과의 대담을 마련해 한국야구의 길을 물었다. #Part 1 WBC, 퍼펙트 4강은 또 이뤄질까 -감독 선임 문제로 두분 모두 힘든 결정을 내리셨습니다. ▲김성근=어려운 짐을 넘겨서, 평생 죄로 지내는 느낌이에요. 3년 전 1회 때보다 이번이 더 힘들 텐데. 미안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김인식=처음 감독 얘기가 기술위원회에서 나왔을 때 도대체 이해가 안 가는 거예요. 완전히 나는 빠지는 걸로 알았거든. 1회 대회 나갈 때 다리 절룩거리는 모습 보여주는 내 자신이 굉장히 싫었어요. 많은 야구팬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그런 것도 있었고. 2006년 대회 끝나면서 ‘다신 못 맡겠다’, ‘다른 분이 했으면 좋겠다’ 했지. 김성근 감독은 우승 팀이고, 김경문 감독이 올림픽 갔다 왔으니 두 분 중 한분이 하는 거다 여겼지. 그러다 덜컥 바로 나한테로 온 거야. ‘너희(KBO)들 미쳤나’ 했지. 그런데 하일성 사무총장이 ‘40년 형 동생하고 지내왔는데. 부탁 한번 한 적 없지 않느냐, 한 번 들어줄 수 있지 않느냐’고 떠다민 거죠. -감독 선임 과정에서 원칙이 없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할 텐데요. ▲김성근=그 부분은 감독자 회의 때 기술위가 지명하면 그냥 따라가기로 감독끼리 합의했어요. KBO가 어떻게 나올진 모르지만 감독들 의견은 그래요. 대표팀 감독 맡았다고 혼자 하는 거 아니에요. 대한민국 대표인데. 힘을 합쳐 바깥으로 갖고 가야지요. 어떻게든 해주고 싶어요. -한국야구의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김인식=대단한 일이지. 한국에 야구가 도입된 이래 처음이고. 올림픽 금메달이 아시아 존에서도 처음일 겁니다. 이 기회에 어린이 저변확대를 비롯해 야구 경기나 행정까지도 자신을 갖고 일을 할 수 있지 않느냐 싶어요. ▲김성근= 미국보다 100년 일본보다 50년 늦었지만 빠른 템포로 쫓아가지 않나 싶어. 어려운 상황 극복하면서 세계 정상 올라간 건 멤버도 대단했지만 역사가 있었으니까 역사의 힘이 아니었나 싶고. 이제 우리만의 기술로 세계 정상에 올라갈 길을 찾은 듯해요. 얼마 전 일본 TV와 인터뷰했는데 ‘이제 1-2경기는 일본과 맞먹을 수 있다. 단 길게 보면 선수층이 모자란다’고 했어요. 경사 났을 때 그 경사 이어가야지. 야구인들이 좋을 때 살려가야지. -(WBC)1회 대회와 비교하면 전력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김인식=주루나 공격, 수비는 (지금이) 좀 낫지 않나. 당시는 이승엽이 결정적일 때 다 해냈고 이종범, 미국전 결정타 친 최희섭 등 몇 선수에 의존했는데 올림픽 멤버들 보니까 그때보단 공수가 고르지 않나. 단 오른손 투수가 당시보다 달리지 않나 싶어. 왼손은 당시보다 나아졌고. 오른손이 불안하지만 소집해서 훈련해 봐야겠지. -WBC 4강과 올림픽 금메달로 국민들 기대치가 높습니다. ▲김인식=4강은 들어야 되지 않나 봐지는데 어느 면에선 예선 통과도 힘들지요. 박찬호 이승엽이 출전을 못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졌어요. 선수 개인적 문제가 있는데. 억지로 불러서 할 수 없고. 박찬호-이승엽은 아시아존 게임만 하고 빠지는 최악의 경우도 시도를 해보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Part 2 한국야구의 길을 묻다 -야구계의 숙원인 구장 인프라 개선이 요원한 실정입니다. ▲김인식=우리나라 경제가 나쁘면 스포츠계도 다운이 돼요. 일단 경제가 살아나는 게 급선무이고. 기술적인 거나 열심히 끝까지 하는 문제는 레벨 업 됐다고 봐. 프로 스포츠는 돈을 벌어야 되는데 계속 적자니까. 결국 구장 시설은 경제와 물려 있어요. ▲김성근=제가 볼 때 원칙이 없어요. 그때그때 움직이는 식이야. KBO란 기구나 단장회의, 사장회의가 상식 갖고 하지만 미숙할 때가 있어. 불황에도 프로야구는 행복할 수 있어야 해요. 프로야구 하는데 돔 없는 덴 우리밖에 없어. 하나 짓는다 했다가 무산됐고. (구장 시설 미비로) 선수가 다쳐도 보상 기준이 하나도 없어. 묵인하고 넘어가는 데 그게 베스트는 아니야. 선수와 프런트는 열심히 해. 그러나 올림픽 금메달 나라가 운동장 시설이 이 정도에요. 야구장 임대 문제도 갈 길이 멀고. -그래도 작년 500만 관중이 들어왔는데요. 르네상스의 요인을 뭐라 보시나요. ▲김인식=결정적인 게 롯데가 큰 거고. 롯데 같이 팍 올라오지 않은 것 뿐 각 구단 증가율이 다 높아졌어요. 금년에 LG나 KIA가 새롭게 비상한다고 봤을 때 2009년 더 나아지지 않을까 봅니다. ▲김성근=500만 자체도 긍정적이지만 팬 층이 바뀌지 않았나 싶어. 전엔 300-400만 와도 비슷한 사람이 왔는데 이젠 젊은 층이 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야. 선수도 팬들도 세대교체가 된 건데, 매스컴의 힘도 있었고. 500만 관중도 과정이야. 한 팀에서 200만, 300만 나와야지. 그래야 우리 프로야구도 생존할 수 있을 테니까. ▲김인식=마무리 훈련을 대전에서 했는데 학생들이 20-30명씩 구경을 오더라고. 전부 여학생이야. 이 학생이 한두 살 넘어가면 거기에 남자친구가 부수적으로 낄 거고. 처음 느끼는 건데 달라지긴 달라졌지요. -프로야구 현장의 원로로서 가장 걱정되는 면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김성근=이 불경기에 8개 구단 있다는 자체가 행복이라고 느껴야 돼요. 인건비, 물가는 올라가는데 수입은 고정돼 있지. 선수로서 사명감도 돌아봐야지. (선수는) 어떻게든 살아야 돼. 그러려면 (지도자는) 길을 만들어줘야 돼. ‘이 시기에 구단이 돈을 어떻게 대주는지 고마움을 느껴라. 야구 똑바로 하라’ 코치에게 그랬어요. ▲김인식=뭐하면 메이저리그, 일본 하는데 그런 환경과 시스템이 뒷받침되면 좋겠죠. 그러나 모든 여건이 안 되거든. 그럼 우리 식으로 가야지. 실력과 여건은 안 되는데 대우만 해달라고 하면 반대야. ▲김성근=우리나라 선수와 일본선수 먹는 거 하늘과 땅 차이야. 우리야 자장면 먹고도 뛰지만 그래갖고 한 시즌 버틸 토털 체력이 되나. 게임수를 9경기 늘리려 하는데 그래봤자 득 될 게 없어요. 차라리 152경기로 늘리면 선수에 대한 페이(Pay) 문제도 생길 거고. 단순히 스타-기록 살리기 위해 늘리는 건 순간적 발상이지요. #Part 3 양김의 2009시즌 예언 -2009 시즌 판도를 어떻게 보시나요. ▲김인식=재미있을 거 같아요. SK 두산 롯데 3팀이 아무래도 전력상 세다고 봐야지. ‘부자 망해도 3년 간다’고 삼성이 있고. LG는 FA 두 명이 합류했고, KIA도 작년보다 나아질 것이고. 결국 한화만…(웃음). ▲김성근=매해 이 시기 보면 다 막상막하야. 단 스타트를 어떻게 끊느냐 문젠데. 올핸 전력상 거의 비슷해요. 연습 안 하는 한화가 올 가을 연습 많이 했고.(웃음) 히어로즈도 연봉 올려주니 의식이 올라왔고, KIA도 김상훈이 다치지 않으면 팀이 그렇게 되지 않을 거고. LG는 알차게 스카우트했고. 제일 약한 건 SK 아닌가 싶어. (곁에서 김인식 감독이 “약 올리는 거야?”라고 반격) -류현진과 김광현의 라이벌 전선에 대한 팬들의 관심도 높습니다. ▲김성근=선동열-최동원처럼 김광현-류현진을 만드는 게 재미있겠지. 문학 홈에서 둘을 붙이고 싶은데. 서로 자극받으면서 서로 플러스되겠지. 둘 중 류현진이 더 나은 것 같은데. 류현진은 완성된 투수고. 그 테크닉을 아직 김광현이 못 따라가요. 어쨌든 둘이 10년은 해줘야 돼요. -양 팀에서 가장 탐나는 선수를 뽑아주신다면 ▲김성근=류현진이지. ▲김인식=우리는 캐처가 탐이 나지. -감독으로서 서로를 평가해 주신다면. ▲김성근=김 감독은 한마디로 승부사지. 인내가 강하고, 깊은데서 승부를 봐. 붙으면 느껴져. 움직이고 싶을 때 움직이지 않아. 이게 무지 힘들거든. 그걸 해낸다고. 대단하다고 봐. ▲김인식=다 알잖아. 많은 훈련. 코치의 지도가 마땅찮으면 보이지 않게 선수 데려가 훈련시키고. 투수 교체가 월등하단 점은 피부로 느껴요. 그래서 두 번 연달아 우승하지 않았나. -양 감독님에게 야구란 무엇입니까. ▲김성근=인생이지. 쫓아 다녀도 답이 없는 영원한 길. ▲김인식: 울퉁불퉁한 굴곡.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불황으로 힘들어하는 국민들에게 야구는 무엇을 줄 수 있을까요. ▲김성근=새로운 희망을 갖고 살아야 할 1년이니까 그 희망의 선두가 되는 프로야구가 되기 위해 열심히 하겠습니다. ▲김인식=우리는 IMF도 견딘 국민입니다. 금년에도 잘 극복하고 모든 분들 잘 되리라 믿습니다. 운동장에서 좋은 플레이를 팬과 국민에게 보여주는 게 사명이라 생각합니다. 야구 보시면서 좋은 플레이 나오면 박수 쳐 주세요.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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