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곰일으켜세운다”…강원FC최순호감독‘3년프로젝트’

입력 2009-01-05 07: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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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죠. 하지만 서두르지는 않을 겁니다." 프로축구 15번째 구단으로 오는 3월9일 K-리그 데뷔를 앞두고 있는 최순호 강원FC 감독(46)은 기축년 새해를 맞으며 만감이 교차했다. 지난 2004년 포항스틸러스를 이끌고 K-리그 챔피언결정전에 진출, 패배의 쓴 잔을 마시고 지휘봉을 놓았던 최 감독은 이듬해 연말 울산현대미포조선(이하 울산미포) 사령탑으로 부임해 실업축구 내셔널리그에서 새로운 축구인생을 시작했다. K-리그와 견줘도 손색없는 전력을 보유한 울산미포는 2007년 최 감독의 지휘 아래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우승 후 K-리그 승격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온 구단은 주위 여건 등을 내세워 ´승격거부´를 선언했다. K-리그 진출을 목표로 선수들을 독려한 최 감독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함´ 그 자체였다. 2008년 그는 내셔널리그 정상을 밟아 리그 2연패의 업적을 이뤄냈지만, 미련 없이 지휘봉을 놓고 강원FC의 초대 감독으로 자리를 옮겼다. 울산미포 시절의 애제자였던 김영후(26), 안성남(25), 유현(25)도 2009년 신인드래프트를 신청, 스승을 따라 꿈에 그리던 K-리그 무대를 밟았다. 최 감독은 지난 3일 강원도 속초 설악산에 있은 팀의 신년등반에서 "아무래도 기분이 새로울 수밖에 없다. 특히, 강원지역 팬들의 성원이 커 요즘 들어 부쩍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날 산행 도중 최 감독을 알아본 등산색들은 사진을 찍거나 사인을 요청하는 등, 친근감을 보였다. 또한 강원 지역 주민들은 "최 감독님 힘내세요", "강원FC 파이팅" 등을 외치며 그를 격려했다. 최 감독은 "나는 현역 시절 프로와 국가대표 등을 거치며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제는 우리 선수들이 그 사랑을 받아야 할 때"라며 선수들에게도 이어진 시민들의 응원에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최 감독은 브라질과 나이지리아에서 온 외국인 선수들을 대상으로 입단 테스트를 하고 있다. 이는 당초 올 시즌에는 외국인 선수의 영입에 큰 욕심을 내지 않겠다고 말한 것과는 다르다. 이에 대해 그는 "브라질 선수는 21살로 2년 전부터 우연히 알고 지내던 사이다. 당시 기량이 출중해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확인해보고 싶어 테스트를 제의했다. 26살의 나이지리아 선수는 제 발로 구단을 찾아와 테스트를 자청해 팀 훈련에 참가시켰다"고 밝혔다. 최 감독은 "일단 실전을 치르는 모습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 영입을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 오는 12일부터 시즌 개막전인 2월 말까지 총 11번의 연습경기를 갖는다. 아마 그때쯤이면 (이들의 영입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최근 영입한 이을용(34)의 경험이 어린 선수들에게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 크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자유계약선수(FA) 몇 명을 더 영입, 팀 골격을 다질 생각이다"며 올 시즌 처녀출전하는 강원의 최대 약점인 ´경험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가슴벅찬 새 시즌을 맞는 최 감독에게 들어본 포부는 소박했다. 하지만 그는 ´3년 안에 성과를 내고 싶다´는 분명한 목표가 있음을 강조했다. 최 감독은 "일단 11번의 연습경기 중 5번이 계획된 1월이 지나 봐야 올 시즌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 같다. 올해는 팀 성적에 욕심내기보다 재미있는 경기로 지역 팬들의 사랑을 한껏 느껴보고 싶다"고 말했다. 눈에 덮힌 설악산 봉우리를 지긋이 바라보던 최 감독은 "나와 선수단이 노력해 3년 안에 6강 플레이오프 진출 이상의 성과를 올려보고 싶다. 3년 뒤 분명히 나나 우리 선수들 모두 지금보다 한층 발전한 모습일 것이며 전력도 안정돼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팀의 엠블럼을 보면 ´GANGWON(강원)´이라는 글자 위에 곰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3년 뒤에는 그 곰을 일으켜 세우고 싶다. 곰이 일어선 뒤 달리는 것은 나 또는 다른 이와 선수들의 몫이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눈 앞보다는 멀게 내다보는 원대한 꿈을 갖고 기축년을 시작한 최순호 감독의 바람이 과연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속초=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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