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원의도쿄통신]가부키배우의일본내위상

입력 2009-01-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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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작은 결혼 소식이 연달아 새해 첫머리를 장식한 일본 연예계에서 가장 떠들썩한 반향을 자아낸 대표적인 예는 가부키계의 왕자와 연예계 여성스타의 결합 이슈였다. 가부키 배우 나카무라 칸타로(27·사진)와 여배우 마에다 아이(25)가 올 가을 웨딩마치를 올릴 예정이라는 보도였다. 두 사람은 2001년 NHK 드라마 ‘빛의 제국’에서 공연한 것을 계기로 연인 사이로 발전한 관계. ‘올 가을 결혼한다’는 한 스포츠지의 단독 보도에 나카무라 칸타로는 “교제는 사실, 결혼은 미정”이라는 표현으로 신중한 자세를 취했지만 그의 부친이자 가부키 계를 대표하는 스타 나카무라 칸자부로가 예비 며느리를 극찬하며 가을 결혼 예정임을 공식화해 기사의 진위 여부는 사실로 결론이 났다. 나카무라 칸타로가 주연을 맡은 영화 ‘선(禪)’의 개봉을 앞두고 절묘한 시기에 불거진 이번 결혼보도는 가부키 배우가 차지하는 일본에서의 위상을 새삼 확인하는 기회가 돼 흥미를 더했다. 일본의 전통 종합예술 가부키 계에 관한 소식은 어떤 연예계 이슈 못지않게 대중적인 파급력을 가진다. 유명한 가부키 가문의 2세로 드라마, 영화 등에도 출연하는 스타급 가부키 배우의 경우는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이들은 예능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CF도 누비며 연예인과 유사한 활동을 펼치지만 대를 이어 가부키의 전통을 이어가는 장인 정신의 전문 직종을 플러스알파의 요소로 갖고 있어 연예인 이상의 선망과 인정을 받고 있다. 일반 연예인처럼 스타가 되기 위해 가난과 무명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 운명적으로 지위와 부를 물려받은 이들은 일종의 왕자님 같은 존재다. 그래서인지 가부키 스타와 결혼하는 것은 연예계 여성 스타에게 신데렐라 스토리의 한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공연한 가부키배우 나카무라 시도와 결혼했다가 그의 여성 편력 등으로 파경을 맞은 톱 여배우 다케우치 유코는 신데렐라 스토리의 언해피엔딩을 보여준 사례였다. 나카무라 시도는 이번 결혼 이슈의 주인공 나카무라 칸타로와는 8촌 사이이다. 여성 연예인에 대한 가부키 계 거물의 각별한 애정을 증명하는 인물로 나카무라 칸타로의 부친 나카무라 칸자부로도 빠질 수 없다. 53세인 그는 20세 연하인 인기여배우 요네쿠라 료코와 수년째 특별한 우정을 유지하고 있어 주간지의 요주의 대상에 오르곤 한다. 연예계 여성스타와 복잡한 인맥을 형성중인 가부키 스타의 특징은 화려한 스캔들에 휘말려도 활동에 큰 지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부키 예술을 깊고 넓게 키워가는 그들의 존재 가치야 왈가왈부할 여지가 없지만 어떤 인기 스타 이상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누리면서 자유롭고 흔들림 없는 자신들만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그들은 일본 연예계 내에 불가침의 독특한 계급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도쿄 | 조재원 스포츠전문지 연예기자로 활동하다 일본 대중문화에 빠져 일본 유학에 나섰다. 우리와 가까우면서도 어떤 때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일본인들을 대중문화라는 프리즘을 통해 알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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