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편지]산사람들에게배우는인센티브의미학

입력 2009-01-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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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인 허영호씨가 TV에 나왔습니다. 같은 산사람이라도 스타일들이 모두 다르더군요. 뚝배기 같은 박영석씨, 어색한 엄홍길씨와는 달리 허씨는 구수한 말재주가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에베레스트 등반에 얽힌 고생담(?)을 몇가지 소개했습니다. 고산등반의 성패는 의의로 짐 꾸리기에 달려있다고 합니다. 생명과 직결돼있는 보호장비들을 갖고 가려면, 즉 살아서 내려오고 싶으면 다른 짐은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것이죠. 치약 2개로 5명이 넉달을 버티는 건 그렇다치고 5명이 칫솔 단 한 개를, 그것도 반 잘라서 쓴답니다. 그것도 모자라 모자와 옷의 상표는 모조리 잘라내구요, 베이스캠프에 앉아서 내내 생각하는 것이라곤 ’어떻게 하면 짐을 더 가볍게 할까?’랍니다. 손톱, 발톱, 머리카락이라도 깎고 싶을텐데 그래도 이들이 꼭 한 병 챙겨가는게 있습니다. 젖먹던 힘까지 내서 겨우 목표지점에 도착해 텐트를 치고나면 다들 대장 얼굴만 쳐다본답니다. ”그래, 좋다, 한잔 하자.”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술판이 벌어지는데… 위스키를 소주잔 맨밑만 가릴 정도로 따라주면 그것을 입에 넣었다 다시 뱉었다 하면서 한시간 동안 거나하게(?) 취한답니다. 한 병의 위스키는 술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늘의 목표를 달성한 우리 팀에게 베푸는 모두의 칭찬이요, 상급입니다. 인센티브는 풍족할수록 좋습니다. 그러나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도 있습니다. 한 개의 칫솔을 써야 하고 한 모금도 안되는 술로 건배를 해야 하지만 우리 팀이 진짜 하나로 묶여있다면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들의 가슴속엔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고야 말리라는 또렷한 목표와 우리 팀은 반드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불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처럼 땅에 바짝 붙어사는 이들에게 이런 멋진 얘기를 해주려고 그들은 미친 놈 소릴 들으며 오늘도 산에 오르나 봅니다. 글쓴이 : 이규창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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