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세침데기우리딸파이팅!

입력 2009-01-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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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전, 동네 통장 아주머니께 딸아이 취학통지서를 받았습니다. 올해 우리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는데도, 막상 통지서를 받으니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세상에 태어나 우렁찬 울음을 울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 커서 학교를 가게 됐다니! 뿌듯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걱정도 됐습니다. ‘애들한테 치이지 않고 잘 지낼까? 낯선 사람 앞에선 말도 못 하는 우리 딸인데, 며칠 다니고 학교 안 가겠다 울어버리면 어쩌지? 내가 아는 사람은 애가 학교에 적응을 못 해 다른 학교로 전학 가느라 고생도 많았다던데…’하며 한번 시작한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괜히 애 학교 보내는 일이 두렵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그냥 믿자! 우리 딸을 믿자!’하고 그 걱정들을 털어 버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아내가 뭘 찾는 건지 온 집안 살림살이를 다 뒤지고 다녔습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홍역 2차 예방접종 확인서’를 찾고 있다고 했습니다. 딸애 초등학교 예비소집일 날 들고 가야 되는데, 중요한 거라고 잘 둬놓고, 어디다 뒀는지 생각이 안 난다고 했습니다. 결국 저도 손 걷어 부치고 같이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장롱을 열어봤는데 거기에 앨범이 하나 있었습니다. 딸애 임신하고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사진을 모두 모아둔 건데, 열어봤더니, 그 앨범 뒤에 산부인과에서 받은 산모수첩이랑 홍역예방주사 받았다는 확인서가 다 들어있었습니다. 그리고 산모 수첩에 있었던 사진, 우리 애 초음파 사진이 있었습니다. 지금 봐도 어디가 얼굴이고, 어디가 발인지 전혀 구분도 안 되는 초음파사진이지만 그 때는 이 걸 들고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릅니다. 드디어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다는 사실이 그저 행복하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애가 네다섯 살이 됐을 때 일인데, 딸애가 아침부터 블록 쌓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지각해서 뛰다가 그 불록을 맨발로 밟게 됐습니다. “으악!” 소리 지르며 아프다고 떼굴떼굴 굴렀더니 딸애는 ‘아빠가 죽는구나’하며 겁을 집어먹은 모양이었습니다. 큰 눈동자에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아빠. 죽지 말아요. 나 아직 학교 안 갔는데 죽으면 안 돼요” 하면서 울었습니다. 그렇게 따뜻하고 여린 아이였는데, 이제는 어엿한 숙녀가 돼서 제가 가끔 “딸∼ 뽀뽀∼” 하며 다가가면 뽀뽀도 안 해주고 자기 방으로 쏙 숨어버립니다. 거기다 자기 남동생을 잘 돌봐야 한다는 맏이의 책임감이 있어서, 밖에서 누가 남동생을 괴롭히거나 혼내려고 하면 자기가 불쑥 튀어나가 “내 동생한테 왜 그러세요?” 하면서 무섭게 째려봅니다. 제가 혼을 낼 때도 “아빠 너무 야단치지 마세요” 하면서 자기가 막아주려고 한답니다. 그럼 우리 아들 녀석은 그 틈을 타 멀리 도망가 버립니다. 동생 일이라면 무조건 나서는 우리 딸 유진이, 새침데기이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제 앞에서 하루 종일 있었던 일을 재잘재잘 잘도 떠들어 댑니다. 그 모습 보면 너무 예쁘고 귀여워서 하루의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학교 보내놓고, 괜히 내 욕심에 휘둘려 우리 딸 눈에 눈물나게 하지는 말아야지. 항상 우리 아이 마음을 먼저 생각해야지’라며 딸애 볼 때마다 그 다짐을 해봅니다. 예비소집일이 끝나고 얼른 입학식 마치고 책가방 메고 학교 가는 우리 딸 모습을 빨리 보고 싶습니다. 야무지게 잘 해내겠죠? 괜히 딸애 입학을 앞두고 제가 다 떨리고 조바심이 날 뿐입니다.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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