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나라’은빛매력에흠뻑…사진으로보는日니이가타현

입력 2009-01-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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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니이가타현은 세 가지 즐거움을 선물한다. 스키, 온천, 사케를 곁들인 음식이 그 것이다. 스키는 한국에서 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눈 속에서 파묻혀 타는 스키에 에지를 주는 기술적인 테크닉 뿐 아니라 정서적인 차원에서 전혀 다르다. 온천 또한 로텐브로(노천탕)에서 즐기는 맛이 황홀하다. 료칸(일본 전통 여관)의 로텐브로에서 눈을 맞으며 온 몸으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이 곳에선 한국에서 그동안 마신 사케는 잊는 게 좋다. 그동안 무조건 따뜻하게 데운 히레 사케에만 익숙하던 입맛이 부끄러울 정도로 사케의 풍미는 다양하고 훌륭했다. 사케의 원료인 쌀의 품질이 뛰어난 게 한 몫 했다. 유자와 마치의 ‘가구라 스키장’ 유자와 마치에 위치한 가구라 스키장은 설경이 근사하기 이를 데 없다. 유자와 마치는 세계에서 가장 긴 곤돌라(5481m)를 갖춘 나에바 스키장과 가구라, 미츠마타, 타시로 스키장 중 두 곳의 스키장을 하나로 묶어 다채로운 스키가 가능하다. 예를 들면 가구라 스키장에서 타다가 나에바 스키장으로 내려올 수 있다는 말이다. 나에바 스키장에서 곤돌라를 타고 이동하다보면 엄청난 길이에 한번 놀라고 낭떠러지처럼 아찔한 지형을 그대로 반영해 움직이는 곤돌라의 움직임에 다시 한번 놀란다. 가그라 스키장의 눈은 최적의 활강을 가능하게 한다. 단 스노보드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평지가 곳곳에 있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묘코시 ‘스기노하라 스키장’ 스기노하라 스키장의 베이스 고도는 해발 731m, 정상은 1885m로 1124m의 고도차가 난다. 정상에서 베이스까지 왼쪽 코스의 길이는 8.5km, 오른쪽 코스는 8km로 엄청나게 길다. 타 보지 않고서는 얼마나 긴 코스인지 상상이 안 될 것. 무엇보다 눈이 ‘예술’이다. 이번 출장에서는 4곳의 스키장을 경험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드는 곳. ‘신설’이 많이 쌓여 푹신푹신하고, 보드가 눈 아래 30cm 정도 들어간 상태에서 라이딩을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진정한 보드의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이 곳 사람들은 이런 눈을 ‘파우더 스노(power snow)’라고 부르면서 만족한다. 공통권을 이용하면 아카쿠라 관광리조트 스키장, 이케노타이라 스키장까지 3개 스키장을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유자와 마치의 ‘동네 스키장’ 리프트 1∼2개만 갖춘 작은 스키장이지만 설질과 주변 환경은 근사하기 그지없다. 동네 스키장이 이 정도니 제대로 된 스키장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 슬로프에 지금이라도 뛰어 내려 눈밭을 가로 질러 내려온다면 이 보다 더한 기쁨이 있을까. 다시 이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 유자와 마치의 ‘설산’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오자 설국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196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설국’의 배경인 유자와 마치. 소설의 한 대목처럼 이 곳은 ‘눈의 나라가 분명’했다. 에치고유자와역 뒤로 보이는 설산은 마치 동화 속 나라에 온 듯한 느낌이다. 천년이고 만년이고 눈에 덮인 그런 마을 말이다. 죠에츠시의 ‘일본 스키 발상 기념관’ 죠에츠시 가나야산 스키장 ‘일본 스키 발상 기념관’의 정문을 열고 들어가면 나가오카 가이시 사단장과 레르히 소령의 상을 볼 수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레르히 소령은 1911년 1월 일본 조에츠시에 최초로 스키를 보급한 사람이다. 그는 다카다에 한달 정도 머물면서 나가오카 사단장의 도움을 받아 스키를 열정적으로 전파했다. 이 박물관은 두 사람의 스키에 대한 열정을 기리고 일본 내 스키 문화가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보여준다. 두 사람의 조각상 뒤의 사진들은 당시 재미있는 문화를 보여준다. 우선 나가오카 사단장 뒤 세 여성이 함께 손잡고 스키를 타는 사진은 여성에게도 스키를 보급한 개방성을 읽을 수 있다. 여성들은 기모노를 입고 스키를 탔다. 원래 스키는 군인들이 사용하기 위해 들여왔다 민간에까지 퍼졌는데 초창기 스키를 탄 여성들은 장교 부인들이었다.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스키를 타야만 한 사정도 있었다. 레르히 소령 왼쪽 사진을 보면 군인들이 스키를 하는 모습인 데 현재처럼 폴이 2개가 아니라 1개만 사용했다. 12일 일본 스키 98주년을 맞아 가나야산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일본 스키의 날’ 행사가 열렸고, 영하의 강풍이 부는 날씨에도 1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석했다. 죠에츠시의 ‘간기’ 죠에츠시 다카다 거리와 이색적인 ‘간기’.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올해는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았지만 이곳은 예년에는 성인 허리 높이까지 눈이 쌓였다. 이로 인해 사람들이 통행할 수 없자 아이디어로 만든 구조물이 바로 간기다. 인도에 있는 건물들이 모두 차도와 인도가 맞닿은 곳까지 지붕을 만들어 도로에 눈이 아무리 많이 쌓여도 걸어 다닐 수 있게 만든 것. 지붕 위로는 사다리가 가 있는데 이는 눈이 지붕까지 쌓일 정도로 많이 올 때 지붕으로 걸어가다가 더 높은 위치로 갈 수 있도록 설치했단다. 다카다에는 간기가 16.8km 길이로 길게 이어져 있다. 간기는 사유지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공유했다. 폭설로 인한 어려움을 공동의 노력으로 해결하려는 화합과 지혜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 지역은 최근 아파트를 지으려는 시도가 있었는데 주민들이 서명을 모아 반대해 옛 건물을 보존하고 있다. 묘코시의 ‘아카쿠라 관광 리조트’ 아카쿠라 관광 리조트 주변 경관. 눈으로 옷을 입은 나무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연상시킨다. 보통 스키장 리조트가 베이스에 위치한 데 반해 1937년 스키장 중턱에 세워진 이 곳은 온톤 눈과 산으로 둘러싸여 장관을 이룬다. 밤이 되면 적막한 고요 속에 완전한 평온감을 느낄 수 있다. 시설 또한 수준급이라 만족감을 자아낸다. 니이가타현(일본)|글·사진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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