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피플]전남백승민“박지성을닮았다고요?영광이죠”

입력 2009-01-28 15:10:17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제가 박지성을 닮았다고요? 저야 기분 좋은 일이죠.” 프로축구 전남 드래곤즈의 미드필더 백승민(23)은 ‘전남의 박지성’이라고 불린다.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넓은 활동 범위와 공간 창출 능력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박지성이 보여주고 있는 플레이 스타일과 비슷해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특히 자신도 놀랄 만큼 박지성과 닮은 듯한 외모 역시 별명을 얻는데 한 몫 했다. “몇 년 전 우연히 어머니의 지갑 속에서 한 장의 사진을 봤다. ‘슈퍼스타’ 박지성의 사진이었지만, 나와 너무 닮아 내 사진인 줄 착각했다.” 이 때부터 백승민은 박지성을 롤모델로 삼았다. 친아들의 사진보다 박지성의 사진을 좋아하던 어머니에 대한 서러움(?)이 컸지만, 무엇보다 한국을 대표하고 세계적인 선수로 거듭난 실력을 본받고 싶었던 것이다. 백승민은 “외모든 플레이 스타일이든 박지성을 닮았다고 평가되는 것은 영광스런 일이다. 그러나 실력에서도 박지성과 닮은 꼴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진 ‘프리미어리거가 된다면 몇 골 정도 넣을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백승민은 머쓱해졌다. 지난 2006년 전남에 입단했지만, 3년간 단 한 골도 터뜨리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 “미드필드에서 힘을 다 써버려 정작 골문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조금이나마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한 변명이었지만, 사실 백승민에겐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중학교때부터 멀티플레이어로서 활약했던 백승민은 공수 미드필더 뿐만 아니라 측면 수비까지 담당하며 다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렇다 보니 다른 선수들보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양이 많았고, 문전 앞에만 서면 집중력이 흐트러져 제대로 된 슈팅이 이뤄지지 않았다. 백승민은 “한 포지션에 특출하지 못해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것 같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지만, 2007년 베이징 올림픽대표 당시에도 왼쪽 측면 공격수와 수비수로 중용되면서 발등 피로골절로 지난해 1월 대표팀에서 탈락, 그토록 바랐던 올림픽 출전 무산의 아픔을 겪었다. 득점에 대한 압박감은 자연스레 슬럼프로 이어졌다. “부모님도 모르시는 이야기인데, 중학교 3학년 때와 올림픽대표에서 탈락했을 때 축구를 그만두고 싶었다. 당시 골도 넣지 못하고 패스만 하면 상대 선수들에게 가져다 주기 일쑤였다. 그런데 감독님은 야단치지 않으셨고, 오히려 부모님이 ‘왜 그것밖에 못하냐?’며 안타까워하셨다.” 하지만 수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백승민의 슬럼프 극복 비법은 의외로 단순했다.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이)근호형에게 조언을 얻었다. 바로 노련하게 미드필드에서 체력소모를 줄이고 골문 앞에서 좀 더 집중하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백승민은 자신의 부활을 뒤에서 묵묵히 기다려 준 허정무 국가대표팀 감독과 아버지에게 감사의 마음을 드러냈다. “백암종고 시절 지휘봉을 잡고 계셨던 허정무 현 국가대표팀 감독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지치고 힘들 때 나를 강하게 만들어 주신 분이다. 정신적으로도 많이 의지할 수 있었다.” 아버지에 대해서는 “아버지는 나에게 심장 같은 존재다. 아버지에게 섭섭한 부분이 많았는데, 이틀 전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아버지께서 힘들어 하시는 모습을 보고 ‘잘해야겠다’고 느꼈다. 옛말에 부모님이 하시는 말씀은 틀린 것이 없다고 하는데 이제서야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최근 스포츠헤르니아(탈장) 수술로 회복 훈련과 체력 훈련을 병행하고 있는 백승민은 마지막으로 올 시즌 구체적인 목표를 밝혔다. “올해 좋은 모습으로 대표팀에 승선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더 나아가 유럽 진출까지 노리고 싶다. 그러나 처음부터 실패의 확률이 큰 빅리그부터 밟고 싶지 않다. 가까운 일본이라도 가서 해외무대를 경험한 뒤 최종 목적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서보고 싶다.” 전남(광양)=김진회 기자 manu35@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