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의힘!]‘워낭소리’숨은흥행공신고영재프로듀서

입력 2009-02-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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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안되는독립영화’편견날렸다
최근 극장가에서 돌풍을 일으킨 ‘워낭소리’는 독립영화도 상업영화와 경쟁을 하고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TV용 다큐멘터리로 제작된 ‘워낭소리’는 사실 모든 방송사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하지만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워낭소리’가 새로운 운명을 맞은 것은 영화제작사 느림보 스튜디오의 고영재 프로듀서를 만나면서부터이다. 고영재 프로듀서는 2007년 초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학교’를 각 지역 공동체에서 상영, 10만 관객을 기록하며 ‘대박’을 기록한 영화 제작자 겸 프로듀서. ‘워낭소리’가 30만 관객을 뛰어넘은 10일 스포츠동아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 만큼 성공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웃었다. 하지만 “단 1개 극장이라도 좋았다. 관객들과 오랜 시간 만날 수 있는 기회만 있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고영재 프로듀서가 ‘워낭소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07년 9월. 그는 당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자신을 독립 프로덕션에 있는 이충렬 PD라고 소개하며 “‘워낭소리’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는데 TV보다는 영화로 개봉하고 싶어 조언을 구한다”고 부탁했다. 하지만 ‘워낭소리’를 본 고영재 프로듀서는 처음에는 극장 개봉에 회의적이었다. 그는 “감동적이지만 극장용 영화로는 맞지 않았다”며 “이충렬 감독에게 ‘극장 영화로는 편집이 너무 친절해 극적이지 않다’는 느낌을 솔직히 밝혔다”고 소개했다. 이후 이충렬 감독과는 한 동안 연락이 없었다. 그 사이 이충렬 감독은 방송사를 돌아다니며 판권을 판매하려 했지만 모두 퇴짜를 맞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다시 만났다. 이 감독으로부터 잘 만든 감동적인 다큐멘터리가 빛도 보지 못하고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말을 들은 고영재 프로듀서는 ‘우리학교’를 통해 번 모든 수익금을 ‘워낭소리’ 판권구입에 투자했다. 그리고 가족에게 돈을 꾸고 은행 융자를 받아 녹음, 편집, 배경음악 판권구입 등에 투자해 ‘워낭소리’를 극장용으로 다시 탄생시켰다. 고 프로듀서는 배급도 상업영화의 와이드릴리즈 방식을 역으로 뒤집었다. 소규모로 개봉해 입소문을 타고 점차 스크린을 늘리는 전략을 택했다. 그는 영화의 성공에 대해 “오직 관객들의 힘으로 성공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사실 사람들에게 입소문이 나기까지 극장과 각 멀티플렉스 프로그램 담당자들에게 ’워낭소리‘의 가능성을 직접 발로 뛰며 알리는 데 전력을 다했다. 고 프로듀서는 “독립영화를 상업영화로 가기 위한 교두보 혹은 해외영화제 진출을 통한 명성 쌓기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일부 있다. 하지만 독립영화도 얼마든지 제작비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많은 관객에게 재미와 감동을 전할 수 있다”며 “‘워낭소리’를 통해 독립영화에 대한 시각이 조금이라도 달라졌으면 좋겠다. 상업영화와는 또 다른 넘치는 에너지와 기발한 독립영화만의 매력을 앞으로 많은 관객들이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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