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볼큰잔치>‘2연패’임오경감독“마음같아서는뛰고싶지만…”

입력 2009-02-11 07: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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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라커룸으로 들어서는 그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놓쳐 지도자로서 아쉬움이 큰 것은 당연하지만 얼마전까지 유니폼을 입고 후배들과 함께 코트를 누비던 시절의 기억까지 겹친 탓인지 분은 쉽게 풀어지지 않는 듯 했다. 임오경 감독(39)이 이끄는 서울시청은 10일 2009 SK핸드볼큰잔치 여자부 풀리그 2차전에서 접전 끝에 대구시청에 29-32, 3점차로 아쉽게 패했다. 서울시청은 강지혜(29. 7득점)를 비롯해 박혜경(27. 5득점), 윤현경(23. 5득점), 김진순(30. 4득점) 등이 맹활약해 후반 한때 대구시청을 앞서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시청은 승부처였던 25-25 동점 상황에서 잇따른 실책과 노마크 찬스 골 실패로 점수를 내지 못했고, 결국 국가대표 안정화(28. 8득점), 송해림(24. 6득점)을 앞세운 대구시청에 패해 고개를 숙였다. 경기 후 임 감독은 라커룸으로 들어가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야기를 마치고 방 안을 빠져나온 임 감독은 붉게 상기된 얼굴로 가시지 않은 아쉬움을 그대로 드러냈다. 임 감독은 "이길 수 있었던 경기에서 선수들이 제 실력을 다 발휘하지 못하고 져 기분이 좋을 리 없다"며 착잡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작전을 지시했는데 선수들이 코트 안에서 잘 풀어내지 못해 아쉽다. 공격을 풀어가는 방법도 좋았고, 한때 역전도 했는데 순간 집중력이 부족해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이번 대회에 나서는 서울시청의 응원 구호 중 하나는 ´과속우승스캔들´이다. 지난해 7월 창단한 신생팀이 처음으로 참가하는 국내대회에서 우승을 노린다는 각오는 어찌보면 무모해 보인다. 하지만 현역 시절 일본리그 2부를 전전하던 히로시마 메이플레즈에 선수 겸 감독으로 활약하며 첫해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이후 10년 간 8번 정상에 올랐던 임 감독의 자신감은 서울시청을 만만히 볼 수 없게 만드는 대목 중 하나다. 일부에서는 이번 대회 선수 수급문제로 감독 겸 선수로 등록한 임 감독이 코트에 나서면 서울시청의 전력도 그만큼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임 감독은 "마음 같아서는 뛰고 싶기는 한데..."라고 말끝을 흐리며 선수들을 지도하는데 전념, 10년 간 떨어져 있었던 한국 실업핸드볼에 대한 경험을 쌓는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쉬움은 크지만 이제 고작 두 걸음을 떼었을 뿐이다. 희미했던 가능성의 안개를 걷어내며 정상을 향한 조심스러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서울시청이 과연 이번 대회를 통해 그 목표를 이룰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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