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에세이]부상박기혁“WBC는내목숨”

입력 2009-02-16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롯데 박기혁(27·사진)은 하와이에 가장 먼저 도착했습니다.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예비 엔트리 30명 가운데 말입니다. 15일(한국시간) 사이판에서 아침 일찍 건너온 그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김인식 감독을 찾아왔습니다. 이미 박기혁의 부상 소식을 들었던 김 감독은 짧게 묻습니다. “괜찮니.” 박기혁은 대답합니다. “그럼요. 괜찮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괜찮치 않습니다. 박기혁은 12일 사이판에서 부상을 입었습니다. 슬라이딩을 하다 왼쪽 옆구리에 통증이 왔습니다. 담이 걸리면 보통은 회복하는 데 2주가 걸립니다. 통증이 느껴지는 순간 ‘아! WBC는 어떡하나’ 그 생각부터 나더랍니다. 하와이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던 한화 김민재는 박기혁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1회 WBC에서 맹활약했던 그는 롯데 시절 박기혁을 유독 예뻐하던 선배입니다. 김민재는 박기혁을 보자마자 “괜찮나. 어디가 문젠데” 하고 묻습니다. “아파서 공을 던질 수가 없네예.” 후배의 말을 듣더니 자기 일처럼 얼굴을 찌푸립니다. 그래도 박기혁은 김민재에게 WBC의 노하우에 대해 열심히 묻습니다. 혹시나 하는 가능성을 위해서입니다. 누가 뭐래도 박기혁에게는 귀중한 기회입니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던 2006 도하 아시안게임 때는 모두가 알다시피 참패로 끝났습니다. 그도 단번에 태극마크를 반납했고, 금메달 신화를 일군 베이징올림픽에도 나서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대표팀은 박기혁의 힘이 필요하답니다. 당초 지난 시즌을 마치고 군에 입대해야 할 형편이었지만 1년 뒤로 미뤘습니다. WBC 출전을 위해서입니다. 그만큼 국가대표가 되고 싶었습니다. ‘혹시 실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박기혁의 가슴도 부풀어 올랐습니다. 전지훈련에서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작년엔 골든글러브도 탔잖아요. 그래서 이번엔 꼭 된다 싶었는데…. 몸 좀 사릴 걸 슬라이딩은 왜 했을까요.” 박기혁은 힘없는 모습으로 한화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바라봅니다. “차라리 좀 더 일찍 아픈 게 나았을텐데….” 누군가에게 WBC는 이렇게 절실한 꿈입니다. 하와이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