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보디랭귀지Bye∼Bye∼

입력 2009-02-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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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시장에서 생활 한복이며 승복을 팔고 있는 40대 중반의 평범한 아줌마입니다. 얼마 전 우리 아들이 인터넷으로 영어 강의를 듣고 있기에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집에서도 강의를 들을 수 있구나 신기해서 감탄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전 중학교 때 처음 영어를 배웠는데, 점수가 50∼60점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학교 영어시간에 외국인 선교사가 수업에 들어왔는데, 회화는 그 분이 맡아서 하게 됐습니다. 그 선교사 선생님은 학생 한 명을 지목해 꼭 앞으로 불러내서 질문을 하고 답하게 했는데, 전 그 수업방식이 정말 싫었습니다. 반 애들 다 보는데 맨 앞으로 나가서 선생님 질문에 떠듬떠듬 대답해야 되는 그 상황이 너무 창피하고 부끄럽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중학교 때부터 담쌓기 시작한 영어는 고등학교 가서 더 높이 담을 쌓았고, 학교 졸업할 때는 ‘야∼ 이제 영어하고는 영원히 이별이구나∼’ 생각하며 두 번 다시 되돌아보지 않았답니다. 졸업과 동시에 영어는 끝이라고 생각했던 제 생각은 완전히 착각이었고 실수였습니다. 시장에서 장사하는 아줌마가 무슨 영어가 필요할까 하시겠지만, 요즘은 중국사람, 동남아 사람, 필리핀 사람은 물론이고, 미국사람, 유럽사람, 한국말 하나도 할 줄 모르는 일본사람들까지 물건 사러 오는 외국인들이 정말 많습니다. 특히 저희 집이 생활 한복을 파니까, 한복 예쁘다며 외국인들이 많이 온답니다. 하지만 저는 외국인이 들어오면 겁부터 먹고, 뭐라 묻는 말에 대답도 안 하고 그냥 ‘빨리 가라. 빨리 가라’라고 속으로 그러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하얀 피부의 백인 남녀 커플이 들어오더니 또 저한테 뭐라 뭐라 하는데, 가만히 들어보니까 ‘노 코리아, 노 코리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마도 자기들이 한국말을 전혀 못한다는 걸 제가 알아듣기 쉽게 ‘노 코리아’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말 한마디가 들리니까 그 다음엔 조금 용기가 났습니다. 그 분은 위아래 한 벌 옷을 위에 것만 살 수 있냐는 뜻으로 ‘온리 셔츠?’하고 물었습니다. 사실 한복은 위아래 같이 팔아야 하지만, 그 분이 잡은 옷은 대량으로 위아래 여러 벌이 나오는 옷이라 ‘예스’ 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런데 ‘예스’라고 한 마디 하고 나니까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기는 건지 저는 외국인 옆에 가까이 가서 손짓발짓해 가며 그들이 묻는 말에 제 나름대로 대답했습니다. 계산기에 얼마인지 가격표를 찍고, 그 물건을 팔게 되었을 때의 감동이란 정말 느껴보지 않고는 알 수가 없습니다. 영어공부 하나도 안 했는데도 이 정도니 영어공부 하면 진짜 잘하겠다 싶어서 저는 그 다음날부터 우리 아들한테 인터넷 동영상 강의를 볼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요즘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40분 동안 영어공부 하고 있답니다. 공부가 끝나면 그 다음부터 아침준비해서 애들 남편 학교 보내고, 저도 출근을 합니다. 비록 영어공부 시작한지 두 달 밖에 안됐지만, 전 요즘 점점 자신감이 생기고, 고급 영어까지 구사하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학교 다닐 땐 영어를 멀리하고 도망 다닐 생각만 했는데, 요즘은 학교 다닐 때 영어 공부 좀 해둘 걸 후회가 된답니다. 나이 들어 뒤늦게 배우는 영어공부 너무 재밌고 또 용기도 막 솟는 것 같습니다. 열심히 영어공부해서 다음에 또 외국인 손님 오면 제가 먼저 “하이∼” 하고 웃으며 인사할 겁니다. 대구 중구|윤지숙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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