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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7일’은 한국야구의 국치일(國恥日)? 무조건 승리를 거둬야 하는 한일전에서 한국야구대표팀이 콜드게임으로 경기를 내주는 수모를 당했다. 한국은 7일(한국시간) 도쿄돔에서 열린 제 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하 WBC) 아시아라운드 승자전에서 일본에 14-2, 7회 콜드게임 패배를 기록했다. 이로써 한국은 1승1패를 기록, 패자전 결승으로 밀려나게 됐다. 한국은 8일 오후 마지막 남은 WBC 본선라운드 진출권을 놓고 중국과 격돌한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면 9일 펼쳐지는 아시아라운드 최종전에 안착, 일본에게 당한 패배를 설욕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이날 한국을 대파한 일본은 아시아라운드 최종전에 오르면서 자동적으로 미국에서 열리는 WBC 본선라운드 진출권을 확보했다. 대회 2회 연속 본선라운드 진출. 일본은 1회 대회에서도 본선라운드에 올라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일본이 이번 대회를 대비해 많은 준비를 해왔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1회 WBC와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에 2패씩을 당해 자존심이 구겨졌던 일본은 한국선발 김광현의 공을 완벽에 가깝게 공략했다. 김광현의 주무기 슬라이더를 안타로 연결했으며, 유인구에는 배트를 휘두르지 않았다. 타순에서도 정교한 타자 우치카와를 6번에 배치하는 색다른 전술을 선보였다. ‘일본킬러’로 승리를 자신했던 김광현이 평소와 같은 방법으로 일본 타자들을 상대한 것과 달리 일본은 특유의 ‘현미경야구’로 김광현의 모든 것을 벗겨냈다. 1회초 이치로-나카지마-아오키에게 연속 3안타를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한 김광현은 2회초 수비에서도 무라타에게 3점 홈런을 얻어 맞는 등 집중타를 허용했다. 1.1이닝 7안타 8실점. 결국 김광현은 2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강판, 프로 데뷔 후 최악의 투구내용을 기록하며 씁쓸하게 마운드를 내려왔다. 팽팽한 접전이 예상됐던 경기는 2회초 일본의 공격에서 승패가 결정됐다. 1회 3점을 선취한 일본은 1회말 김태균에게 투런포를 얻어 맞아 1점차로 쫓겼으나 2회초 공격에서 나카지마의 밀어내기 볼넷과 무라타의 3점홈런 등을 묶어 대거 5득점, 8-2로 달아나며 일찌감치 승리를 확정지었다. 사기가 오른 일본은 3회를 제외한 4,5,6,7 매이닝 득점에 성공하며 한국에 콜드게임승리를 거뒀다. 프로선수들이 출전한 대회에서 한국이 일본에 콜드게임으로 경기를 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은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투타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극심한 슬럼프에 시달렸던 이치로(시애틀)는 5타수 3안타 3득점 1도루로 공격을 이끌었고, 죠지마 켄지(시애틀)도 투런홈런을 포함해 4타수 3안타 2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마운드에서는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뛰고 있는 마쓰자카 다이스케가 4이닝을 2점으로 막아 승리투수가 됐다. 마쓰자카는 1999년 이후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한국에 처음으로 승리를 거두며 ‘한국 징크스’에서 탈출했다. 일본프로야구 선수중에는 2번타자로 출전한 나카지마의 활약이 돋보였다. 세이부 라이온즈의 간판타자 나카지마는 이치로가 출루할 때마다 안타를 때려내는 등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승리를 뒷받침했다. 2회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홈런을 날린 무라타의 파괴력도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서는 김태균이 도쿄돔 외야 관중석 광고판을 직접 맞추는 투런아치를 그려내며 분전했지만 다른 타자들이 침묵으로 일관해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임동훈 기자 arod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