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원하는 외국 팀이 있다면 가서 뛰고 싶다.″
국내 여자 배구계를 평정한 김연경이 해외 진출에 대한 긍정적인 의사를 밝혔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김연경(21)은 11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벌어진 프로배구 NH농협 2008~2009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 4차전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 혼자서 33득점을 올리며 3-1(25-20 22-25 25-22 25-25-18) 승리를 이끌었다.
김연경의 활약에 힘입은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준우승의 아픔을 남긴 GS칼텍스를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물리치고 2년 만에 우승컵을 되찾아왔다.
챔프전 내내 빼어난 활약을 보인 김연경은 총 28표 중 24표의 압도적인 지지로 MVP를 거머쥐었다. 흥국생명이 우승을 차지한 세 번 모두 MVP는 김연경의 차지였다.
감독 교체와 동료 선수들의 부상으로 유독 힘든 시즌을 치른 김연경은 ″너무 힘들어서 그런지 어느 해보다 기분이 더 좋은 것 같다. 원래 그러지 않는데 어제 저녁에는 떨려서 잠도 못잤다″며 ″선수들이 끝나고 많이 울었는데 힘든 상황을 딛고 우승을 해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올 시즌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황현주 감독의 경질을 꼽았다. 선수들과 오랜 기간 동고동락한 황 전 감독은 정규리그 1위를 달리던 지난해 12월 갑작스레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김연경은 ″3~4일 동안은 선수들이 운동을 안했다. 각자 방에서 틀어 박혀 아무 것도 안하고 있었다″며 ″연습을 할 때도 몸도 처지고 그러다 보니 계속 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연락도 못하고 있다. 비시즌 때 우리를 만들어 놓은 죄송한 마음도 고마운 마음도 드는 분″이라고 특별한 감정을 드러냈다.
표류하던 흥국생명을 우승까지 만들어 놓은 김연경은 해외 진출을 내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구단 고위층 역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연경은 ″이탈리아에서 뛰는 것이 내 꿈이다. 근데 요즘 생각해보니 일본도 괜찮은 것 같다″면서 ″일단 나를 원하는 팀이 있고 도움이 된다면 뛰고 싶다″고 희망을 전했다. 하지만, 곧바로 그는 ″그런데 내년에도 여기 있으면 어떻게 하느냐″며 밝게 웃어보였다.
카리나와 이효희 등 고마운 동료 선수들의 이름을 일일히 부른 김연경은 MVP 상금 500만원에 대해 ″시간이 된다면 선수들과 식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천안=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