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삼척, 용평 … 한 여자가 뛰고 또 뛰고 또 뛴다. 심지어 구르기까지 한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에서 여주인공 김혜자가 보여주는 액션이다.
27일 오전 11시 압구정CGV에서 열린 ‘마더’ 제작발표회에서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를 “김혜자가 출연을 거절했더라면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더’는 살인사건에 휘말린 아들의 누명을 벗기려는 엄마의 이야기다. 봉준호 감독은 2004년부터 김혜자를 염두하고 이 영화를 구상했고, 영화 ‘괴물’의 촬영 전부터 섭외를 완료했다.
“갑자기 바다에 풀려난 물고기처럼 몸부림을 치신 게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봉 감독은 엄마 김혜자의 처절한 사투를 화면에 담았다.
‘마더’의 마더는 순수한 아들을 보호하려고 안간힘을 다한다. 영화 내내 엄마의 실제 이름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끝까지 엄마다. 지난 해 10월 4일부터 올해 2월 14일까지 촬영 전 기간 동안 “왜 이렇게 빨리 뛰세요?”라는 질문을 수차례 받았을 정도로 김혜자는 전력 질주했다.
“엄마에 불을 지핀 다이너마이트”는 바로 원빈이다. 김혜자는 “아들이 좀 모자란 점이 있지만 엄마 눈에는 그게 하나도 안 보이고 엄마는 아들이 곧 자기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봉 감독은 원빈을 처음 보자마자 남은 시나리오가 잘 써졌을 정도로 원빈의 순수한 모습을 끌어냈다.
원빈은 “아들 도준은 아무 생각 없고 시골에서 자유롭게 뛰어노는 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봉 감독은 두 모자의 눈이 “소의 눈 같다. 예쁘고 느낌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촬영장에서 자주 두 주인공의 눈을 찍었다고 한다.
영화 ‘마더’는 엄마만 뛴 게 아니다. ‘필름 값보다 기름값이 더 나온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스태프 전체가 전국 각지를 방방곡곡 촬영 내내 뛰어 다녔다. ‘마더’ 팀은 62회 칸 국제 영화제 공식 ‘주목할 만한 시선’으로도 뛰어간다.
봉 감독은 박찬욱의 ‘박쥐’와 비교되는 것에 대해 “박감독이 최순호라면 나는 박지성이다. 저보다 데뷔 시기도 8년 빠르고 10살 많은 분과 비교돼 저는 기쁘다. ‘박쥐’를 봤는데 거장이 만든 걸작이다”라고 밝혔다.
봉준호 감독은 박찬욱 감독 외에도 김연아와 자신을 비교했다. “얼마 전 김연아 선수가 자기가 ‘납득할 수 있는 연기를 했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충격을 받았고 또 부러웠다. 그녀는 13년 간 스케이트를 탔고, 나는 감독된 지 10년 밖에 안 됐다 나도 내 영화를 납득할 수 있을는지…”라며 ‘마더’의 사운드믹싱을 위해 제작발표회장을 떠났다. 엄마의 열혈 추격전 ‘마더’는 5월 28일 개봉한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