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3천만원짜리 퍼트 서희경이 18번홀에서 우승퍼트를 성공시킨 뒤 오른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기뻐하고 있다.사진제공|KLPGA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제 23회 한국여자오픈에서 서희경(23·하이트)이 최종라운드에서 6타를 줄이며 대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투어통산 8승째이자 자신의 메이저대회 첫 우승이다.
3일 경주 디아너스 골프장(파72.6528야드)에서 열린 최종 3라운드에서 141타 3언더파로 출발한 서희경은 최종합계 9언더파 207타로 대회사상 최다 역전우승(종전 5타 1987년 강춘자) 기록도 함께 작성했다.
서희경으로서는 지난주 열린 롯데마트 여자오픈에 이은 2주 연속 우승이다.
2라운드에서 무려 7타(버디 8개, 보기 1개)를 줄이며 135타 9언더파를 마크하며 2위 그룹에 3타차 앞선 단독 선두로 출발해 첫 우승을 노렸던 이보미(21·하이마트)는 16번홀에서 역전을 허용하며 결국 3위로 주저앉았다.
선두와 6타 뒤진 단독 5위로 출발한 서희경은 전반홀에서 이보미가 버디 1개와 보기 1개 이븐파를 기록하며 주춤하는 사이, 3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3타 차로 따라 붙었다.
지난해 6번이나 우승을 경험한 서희경은 침착했다. 이보미가 13번홀까지 지루한 파 행진을 이어가는 사이 11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5개홀을 남겨놓고 2타차 공동 2위까지 따라붙었다.
지난해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 우승자인 챔피언조의 김보경(23·던롭스릭슨)도 쉽게 앞으로 치고나가지 못했다. 전날 벌어놓은 타수(6언더파)를 지키며 보기와 버디를 반복하다 14번홀에서 천금같은 버디를 잡아냈다. 서희경과 함께 공동 2위로 1억3000만원의 우승상금 경쟁에 뛰어들었다.
14번홀 이후부터는 이보미, 서희경, 김보경의 3자대결로 압축됐다. 우승경험이 없는 이보미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14번홀(파5)에서 짧은 어프로치 샷을 미스하며 벙커에 빠트린 이보미는 15m 가량 남은 벙커 샷(4타째)까지 깃대를 멀리 벗어나면서 보기를 기록해 2위 그룹에 1타차로 추격당했다.
미소를 지으며 홀아웃했지만 이보미의 속은 겉과 달랐다. 네 홀을 남겨두고 1타차 리드를 지키는 루키와 이를 뒤쫓는 통산 7승의 챔피언. 이 같은 박빙의 경기에서는 마인드 컨트롤이 승부를 가른다.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와 없는 선수의 차이도 이 때 드러난다.
12번(파4), 14번(파3), 15번홀(파5)에서 2∼3m짜리 버디 찬스를 놓치며 아쉬워하던 서희경은 16번홀에서 3m짜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공동 선두(8언더파)로 올라섰다. 김보경 역시 16번홀에서 5m짜리 버디 퍼트를 홀에 떨구며 공동 선두로 나섰다. 부담을 느낀 이보미는 16번홀에서도 1m짜리 파퍼트를 미스하며 보기를 기록, 2위(7언더파)로 밀려나며 우승 경쟁에서 멀어졌다.
‘신데렐라’서희경의 진가는 마지막 18번(파4) 홀에서 드러났다. 세컨드 샷을 그린에 안착시킨 서희경은 5m짜리 버디퍼트를 성공시키며 최종합계 9언더파 207타로 먼저 경기를 마치고 김보경의 마지막 홀 경기를 지켜봤다.
김보경이 버디를 잡으면 두 사람만의 연장 승부. 5m짜리 오르막 버디퍼트를 남겨둔 김보경의 18번 홀 퍼트에 모든 시선이 집중됐지만 볼이 홀 오른쪽으로 살짝 비켜가면서 경기가 끝났다. 김보경은 파세이브에 성공하며 최종합계 8언더파 208타의 준우승으로 메이저 타이틀을 서희경에게 넘겨줬다. 이로써 서희경은 우승상금 1억3000만원을 더하면서 시즌 3개 대회만에 우승 상금 2억원을 돌파(2억2355만원)했다. 당연히 올시즌 상금랭킹 선두다.
비록 역전패당했지만 이보미는 2007년에 데뷔한 뒤 첫 해 허리 부상으로 시드를 잃고, 2008년 2부 투어 상금왕에 오르며 투어에 복귀한 이후 가장 빼어난 성적을 올려 위로를 삼았다.
경주|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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