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로이스터“부상당한병사탓안돼”

입력 2009-05-21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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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스터 감독. 스포츠동아 DB

20일 잠실 두산전을 앞둔 롯데 벤치에 비보 하나가 날아들었다. 바로 전날 선발등판해 호투하다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강판된 투수 이상화(21)가 사실상 올 시즌을 접어야한다는 소식이었다.

이날 오전 정밀검진을 받은 결과 오른쪽 팔꿈치 인대가 심하게 손상돼 인대접합수술을 받아야할 처지라는 얘기였다.

롯데는 선발투수 중 에이스 손민한이 개막 후 한번도 등판하지 못하는 데다 송승준과 장원준의 부진, 이용훈의 손톱 부상, 조정훈의 어깨통증이 연이어 발생하며 힘든 나날을 보냈다. 이런 상황에서 2007년 입단 후 처음 1군에 올라온 이상화는 비록 3경기에 등판해 1승을 챙기지 못했지만 매 경기 안정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롯데로서는 ‘없는 집에 들어온 금송아지’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롯데는 올해 마운드뿐 아니라 타자들까지 유난히 부상이 잦다. 주장 조성환이 투구에 얼굴을 맞아 빠져나갔고, 홍성흔도 한동안 허벅지 부상으로 공백기가 있었다. 허벅지가 아픈 박기혁, 손목통증에 시달리는 김주찬, 부상병동 강민호….

로이스터 감독(사진)은 이날 침울한 표정 대신 “이상화는 우리에게 승리의 기회를 주는 투구를 했고, 최근 우리 투수들 중 가장 컨디션이 좋았는데 아쉽다”면서 “일요일(24일)에 이용훈이 복귀할 예정이다”고 희망을 전했다.

그러면서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선수들의 줄부상에 한숨을 내쉴 법도 하지만 그는 “선수들이 의기소침해질까봐 염려될 뿐이다. 감독은 운이 없다거나 답답해할 필요가 없다. 팀이 치고 올라갈 분위기를 만들어야한다. 그것이 감독의 역할이다”고 말했다.

과거부터 지켜보면 국내 감독들 중 ‘앓는 소리’를 상습적으로 하는 감독이 더러 있다. 때로는 성적부진을 두고 핑계를 일삼거나 선수 탓을 하기도 한다. 전투에 나서면 병사가 다치기도 하고, 전력에 구멍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장수라면 전쟁 중에 핑계만 댈 수는 없다. 비록 롯데가 성적부진에 빠져 있지만 로이스터가 말한 ‘감독의 역할론’ 만큼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얘기인데도 말이다.

잠실|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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