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인사이드볼파크]‘일취월장’강윤구,등판이기다려진다         

입력 2009-06-03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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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저녁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2009프로야구 히어로즈와 두산의 경기에서 히어로즈 선발 투수 강윤구가 역투하고 있다. 목동ㅣ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5월 28일 히어로즈와 두산의 잠실경기. 히어로즈가 2-0으로 앞선 8회말 2사후 선발 장원삼에 이어 루키 강윤구(사진)가 마운드에 올랐다. 상대타자는 김현수. 5월14일 목동에서는 1회 김현수에게 홈런을 맞았다. 이번에는 꼭 이기고 싶었다. 볼카운트 2-1에서 148km의 빠른 공을 던졌다. 2-2에서 던진 5구는 전광판에 150km가 찍혔다. 아쉽게 볼넷을 내주긴 했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150km를 던졌다.

김현수는 “치기 힘든 공이다.직구는 류현진, 김광현에게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팔꿈치 휘는 게 보일 정도로 유연한 폼이 인상적”이라고 칭찬했다. 꼭 직구로 삼진을 잡고 싶었다는 강윤구도 자신이 150km를 던진 게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히어로즈의 첫번째 1차지명 선수인 강윤구는 올시즌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못했다. 정민태 코치는 “폼이 많이 흐트러져 있었다. 투구폼 교정이 우선이기에 캠프에 데려갈 상황이 아니었다”고 했다. “장충고 3학년때 밸런스가 무너져 아무리 던져도 140km가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솔직히 1차지명인데 스프링캠프는 갈 줄 알았다”는 강윤구.

화가 나기도 했지만 프로는 실력이라는 생리를 일찌감치 느낀 것도 소득이었다. 2군에서 두달 동안 이를 악물고 훈련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인터벌 트레이닝이었다고 한다. 350m의 원당구장 한바퀴를 1분에 뛰고 2분 쉰 뒤 2바퀴를 뛰고 다시 2분 쉬고 3바퀴를 뛰는 훈련이다. 3세트 18바퀴.

원래 잘 뛰는 편이 아니라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힘들었지만 지금은 그 러닝 덕분에 하체가 튼튼해졌다며 웃는다.

한달 이상을 그렇게 뛰고 거의 매일 100개씩 던지면서 투구폼을 교정했다. 많이 구부러지는 왼무릎을 좀더 세우고 사이드암처럼 3루쪽으로 빠져 나가는 팔동작을 좀 더 간결하게 만들었다. 밤마다 섀도우피칭도 수백개씩 했다. 정민태 코치와 정명원 코치가 놀라는 점은 강윤구의 응용능력이다.

투구폼을 고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도 강윤구는 두달여만에 무릎동작과 팔동작을 코치의 주문대로 바꿔놓았다. 타고난 부드러움과 근성, 그리고 영리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강윤구는 코치와 선배들에게 많이 묻고 상의하고 배운다. 장원삼에게 팔동작을 배웠고 얼마전에는 마일영에게 너클커브 쥐는 법을 배웠다. “원삼이 형 던지는 것 보고 일영이 형한데 물었더니 쥐는 연습부터 확실히 해야된대요. 진짜 검지가 많이 아프더라구요.”김시진 감독은 “조만간 윤구를 선발로 쓸 계획이다. 충분한 구위를 갖고 있다”며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현승, 장원삼, 마일영에 이어 강윤구가 가세하는 본격적인 4인 왼손선발 로테이션이 곧 가동될 듯하다.

루키 강윤구는 스피드와 볼끝이 모두 뛰어난 직구를 던지고 있다. 부드럽고 유연한 투구폼과 마운드에서 살짝 지어보이는 미소도 인상적이다.

왼손 투수 풍년인 올시즌 프로야구계에 가장 막내인 강윤구가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광현이형,현진이형과 맞대결해서 이기는 게 꿈”이라는 19세 젊은 투수의 등판이 자꾸만 기다려 진다.

야구해설가

꿈이 있는 사람은 걱정이 없다.
실패와 낙심으로 힘들어도 꿈이
있어 이겨낼 수 있다. 선수들의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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