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트비이란감독“기성용무섭다”

입력 2009-06-16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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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대표팀을 이끌고 온 압신 고트비(45·사진) 감독. 스포츠동아DB

내일결전앞두고“경계1순위”밝혀
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최종전인 한국전(17일 오후 8시·서울월드컵경기장)을 치르기 위해 이란대표팀을 이끌고 온 압신 고트비(45·사진) 감독은 대표적인 ‘지한파’다. 2002년엔 ‘비디오 분석관’이란 이색적인 타이틀을 달고 한국의 월드컵 4강에 일조했고, 2006년엔 아드보카트 감독을 보좌했다. 한국축구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신하는 고트비는 14일 오후 숙소인 서울 홍은동 그랜드 힐튼호텔에서 가진 스포츠동아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무조건 이기는 경기를 하겠다”며 강한 승부욕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의 각오와는 달리 한국이 봐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감도 엿보였다. “본선행을 확정한 한국이 혹시 마지막 경기에서 백업 요원들을 테스트한다는 얘기는 못 들었냐”며 염탐(?) 수준의 질문을 던지곤 출전 명단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무섭게 자란 기성용

태극전사 중 가장 두려운 존재가 누구냐는 질문에, 잠시 머뭇거린 고트비는 허정무호의 색깔부터 설명했다. 박지성 이영표 등 경험 많은 멤버들과 젊은 선수들의 밸런스가 인상적이라고 했다. 특히 젊은 선수 중 16번(기성용)의 급성장을 극찬했다. “16번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오른발 킥이 정말 정확하다. 대성할 자질이 충분하다”고 치켜세웠다. 프리킥이나 코너킥 등 세트피스 전담으로서 훌륭한 자질과 기량을 갖췄다는 평가다. 그러면서 기성용과의 기분 좋은 인연도 덧붙였다. “2007년 1월경으로 기억되는데, 터키 전지훈련 중인 FC서울의 연습 경기를 보고서 뛰어난 선수라고 판단했다. 이후 당시 대표팀 감독이던 베어벡에게 추천했던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기성용은 이전 젊은 선수들이 갖지 못한 좋은 능력을 가졌는데, K리그를 통해 성장한 대표적인 케이스라는 게 고트비의 설명이다.

기성용. 스포츠동아DB



○동지에서 적으로

말 그대로 ‘동지에서 적으로’ 만난 적장이다. 적장이 되어 한국 땅을 밟은 소감이 궁금했다. “축구는 특별하다. 만나기도 하고, 떠나기도 하고. 스웨덴 출신의 에릭손 감독이 잉글랜드 지휘봉을 잡았고, 브라질 출신의 스콜라리도 포르투갈 감독이 됐다. 이처럼 축구는 사람을 특별하게 만든다. 대부분 한국 팀을 맡는 한국코치들에게는 없는 일이지만, 항상 나라를 옮겨 다니는 우리에게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며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민감한 시점인 것을 감안해 한마디를 덧붙였다. “한국을 사랑하고, 좋아하고, 좋은 기억을 갖고 있고, 좋은 성공을 거뒀다. 한국은 두 번째 고향이다. 한국은 이미 월드컵에 진출했기 때문에 (우리는) 마음 편하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이 된 것 같다.” 한국이 혹시나 봐줄 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희망사항이다.

○창조성이 더해져야

더 민감한 것을 물었다. 적장인 고트비가 생각하는 한국의 장단점은 무엇일까. 상대방 감독은 대개 즉답을 피한다. “한국은 이기려는 정신력, 팀워크, 체력, 강한 훈련, 경험이 있는 선수 등이 최고의 강점이다.” 시원시원하게 말이 나왔다. 단점은 조금 뜸을 들였다. 하지만 직설적이었다. “창조성이 부족하다. 필드에서 플레이어가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잘 모르고 결정을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다보니 마지막 패스나 터치가 약하다. 감독의 전술 변화를 즉각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면은 단점이다.” 자신의 솔직한 느낌을 털어놓은 뒤 이란 팀에 대해서도 비슷한 지적을 했다. “이란의 단점은 골 결정력이 별로 좋지 않다는 점이다. 감독을 맡은 지 6주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 부분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노력중이다. 많이 좋아지고 있다.”

인터뷰를 마친 고트비는 ‘굿 럭’(Good Luck)이라고 했다. 자신에게 행운을 빌어달라는 바람을 담은 인사였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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