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에세이]실감난‘해운대’CG보다구성의힘!

입력 2009-07-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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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테크놀로지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만족스럽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볼 만하다.’

한국의 첫 재난 블록버스터 ‘해운대’가 개봉 4일 만에 전국 130만 이상 관객을 동원한 가운데 언론들은 컴퓨터 그래픽(CG)으로 그려낸 거대 지진해일을 대체로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평가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과연 이런 비교 평가가 가능한 것인지도 의아할 뿐입니다. 이 평가의 핵심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기술력만큼은 못하다’는 말인데, ‘해운대’의 ‘물CG’는 바로 미국 할리우드 기술진에 의해 만들어졌으니까요.

언론의 평가처럼 컴퓨터 그래픽의 성취로 ‘해운대’를 바라볼 때 관객이 느끼는 실감의 깊이와 정도는 오히려 영화의 극적 긴장감과 이야기가 주는 힘으로 더 가능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영화에 본격적으로 컴퓨터 그래픽이 등장한 것은 1994년 고소영과 정우성이 주연한 ‘구미호’였습니다. 당시 제작사인 신씨네는 한국과학기술원(KIST) 시스템공학연구소와 손잡고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구미호의 모습을 그려냈습니다.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신씨네는 이를 기반으로 ‘은행나무침대’를 만들어 흥행에 성공했고, 컴퓨터 그래픽을 위주로 하는 새로운 법인까지 설립했지요.

이후 컴퓨터 그래픽은 영화가 현실과도 같은 판타지를 구현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마지막 장면을 기억하십니까. 분단의 아픔을 몸으로 겪은 남과 북의 병사들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한 공간에 등장하는데 카메라가 이들의 모습을 스톱모션으로 화면에 담습니다. 이것도 컴퓨터를 이용한 영상기술로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흥행작 ‘괴물’과 ‘디 워’는 가장 최근 컴퓨터 그래픽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일 겁니다. ‘괴물’은 괴물이 불에 타죽는 장면에서 마치 ‘옥에 티’ 같은 어색함이 드러났고, ‘디 워’는 스토리의 허술함으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두 작품 모두 한국영화의 새로운 기술적 성취로 기억됩니다.

CG를 본격 도입한 신씨네는 고 이소룡을 3D로 스크린에 등장시키는 실사영화를 기획하기도 했고 현재는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V’의 실사 영화를 제작 중이기도 합니다. ‘괴물’의 제작사 청어람은 또 ‘괴물2’의 새로운 이야기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청어람은 할리우드의 유명 특수효과 업체 ILM 출신의 CG팀이 만든 오퍼니지사와 한국 스태프가 결합해 ‘괴물’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기술적 성과를 ‘괴물 외전’과 속편에 활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 성취의 새로운 실감을 기대해봅니다.

[엔터테인먼트부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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