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예쁜현수에매한대더!”

입력 2009-08-06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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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감독. 스포츠동아 DB

“내 타깃이야, 쟤가.”

두산 김경문 감독(사진)은 평소 게임 도중 ‘문책성 교체’를 잘 하지 않는 편이다. 수비나 주루 실수를 해도 어지간해선 바꾸지 않는다. 가끔씩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예 다음 경기 선발 명단에서 빼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경기 도중 교체는 다른 팀에 비해 드물다.

그런 김 감독이 유독 더 엄격하게 문책성 교체를 하고, 게임 중에 또는 경기가 끝난 뒤 일부러 불러 혼을 내는 선수가 있다. 바로 김현수(21)다.

김 감독은 4일 마산 롯데전에서 8회, 김현수가 이날 자신의 5번째 안타를 때린 뒤 1루에서 오버런을 하다 객사하자 곧바로 다음 수비 때 민병헌으로 교체했다. 5월 22일 문학 SK전에선 3회 수비 실수를 범하자 곧바로 뺐다. 상대가 SK임에도 타선의 핵인 김현수를 가차없이 불러들였다. 이뿐 아니다.

6월 9일 잠실 LG전 때는 김현수가 누상에 주자를 두고 자신의 판단하에 기습번트를 대다 실패하자, ‘타격감이 떨어졌다고 스스로 움츠러든’ 김현수에게 스리번트 사인을 내며 질책했다. 6월 중순, 부산 원정을 끝내고 올라오는 길엔 버스에서 따로 불러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는 김현수를 직접 혼내기도 했다.

그럼 김 감독은 왜 유독 김현수에게 엄격할까.

김 감독은 5일 게임에 앞서 이 질문을 받고 “내 타깃이야, 쟤가”라고 농담을 섞으며 그 이유를 털어놨다.

김 감독 표현을 빌리면 김현수는 재능은 물론 노력할 줄 아는 성실성까지 갖춘 최고 타자다. 그렇지만 아직 나이는 갓 스물을 넘은데 불구하고, 앞으로 가야할 길이 이제까지 걸어온 길보다 훨씬 더 많은 선수다.

김 감독은 “지금 최고의 위치에 있지만 최고 위치에서 미끄러지는 건 한 순간이다. 절대 방심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더 유독 김현수에게 자극을 주고, 긴장감을 잃지 않도록 매를 든다.

그렇다고 질책만 하는 건 아니다. 김 감독은 “현수가 시즌 막판 최다안타왕 타이틀이 걸리면 (한번이라도 더 타석에 서도록 하기 위해) 1번 타자에 기용할 생각도 갖고 있다”고 할 정도로 그를 아낀다. “수비 실력이 예전에 비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칭찬하기도 한다. 그러고보면 ‘예쁜 자식 매 한대 더 때린다’는 말이 딱 맞는 셈.

김현수도 김 감독이 자신에게 보다 엄격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다 저 잘되라고 하시는 말씀인데…. 그저 고마울 뿐”이라는 게 그의 말.

롯데 로이스터 감독은 김현수에 대해 “빅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실력”이라고 평가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타자, 김현수. 그의 뒤에는 끊임없이 자극을 주고, 조금이라도 흐트러지지 않도록 계속 긴장감을 불어넣는 김 감독이 있다.

마산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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