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그 사랑은 꿈이었을까?

입력 2009-11-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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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세의 명훈(오른쪽)과 18세 수희가 학교음악실에서 처음 만나는 애틋한 장면. 사진제공|스컹크웍스

뮤지컬 ‘두 드림 러브’
많은 이들이 착각을 했을 것이다.

‘두드림러브’. 제목만 보아선 딱 ‘난타’의 아류작쯤 되어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두드림’은 그 ‘두드림’이 아니다. ‘두(Do) 드림(Dream)’이다. 제목을 풀자면 ‘꿈같은 사랑을 하세요’ 정도가 될까.

‘두드림러브’는 추억의 극장이라는 정체불명의 무대로 시작된다.

스토리는 복잡할 것이 없다. 갓 이혼한 남녀 주인공이 우연히(우연일까?) 극장을 찾게 되고, 이들은 각자 지나 온 사랑의 추억과 재회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상당히 진부한 진행. 그러나 ‘추억은 사라진다’라는 장치는 흥미로우면서도 잔인하다.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릴수록 기억이 사라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마치 뭔가 행복한 꿈을 꾸었던 것 같지만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 아침과도 같다.

주연도 주연이지만 이 공연의 성공은 상당 부분 조연들에게 빚지고 있다. 자칭 천사이자 영화관 주인 역의 박경호(더블캐스팅은 개그맨 김기수)는 대머리 학주에서 게이바 여주인, 주임신부로 그야말로 트랜스포머와 같은 황홀한 변신술을 보여주었다.

영화관 직원으로 나온 이나영과 지상록도 대단했다. 두 사람은 짧은 경력임에도 시종일관 무대 위를 펄럭펄럭 뛰어다니며 10년차 배우처럼 열연했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흐뭇했다.

수희 김소향은 노래와 연기가 모두 돋보였다. 극의 마지막 부분에서 명훈과 부른 애절한 2중창 ‘추억은 내게’, ‘작별인사’는 명훈의 ‘결혼축가’와 함께 한 번 들으면 한 동안 귀에 맴도는 곡이다.

커플에게 축복이 비처럼 뿌려지는 작품이었다. 극장을 나서는 이들의 얼굴이 더 없이 행복해 보인다. 그 중 한 커플은 2시간 내내 앞자리에서 내 시야를 가렸던 이들이었다. 오늘은 깨끗이 용서해주기로 했다. 사랑의 축복은 비단 커플에게만 뿌려지는 것은 아니니까.

12월31일까지|대학로 라이브극장|문의 02-747-0095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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