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 기자의 베이스 블로그] 정치와 맞물린 야구의 ‘기묘한 법칙’

입력 2009-11-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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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의 2009시즌 한국시리즈(KS) 우승을 정치권력과 맞물려 해석하면 기묘한 ‘법칙’이 발견됩니다. KIA의 연고권인 호남지역을 핵심 지지기반으로 두고 있는 김대중-노무현 정권 집권기간, KIA(전신 해태 포함)는 단 한번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못했죠.

그러다 2009년 우승을 탈환했는데 호남을 핵심 지지층으로 삼는 민주당은 이미 야당이 됐네요. 1997년 12월 김대중 총재가 승리하자, 1998년부터 해태는 임무를 다했다는 듯 몰락의 길을 걸었고, KIA로 바뀌었어도 KS조차 오르지 못했죠. 예전 해태가 한국시리즈 9회 우승(V9)을 해냈을 때, 호남은 정치·사회적으로 차별받고 있었죠. 그래서 ‘야구가 호남의 한(恨)을 풀어줬다’는 해석이 나왔는데, 여전히 유효하게 된 걸까요?

# 미국에서도 뉴욕 양키스가 27차례 우승했으니, 정치와 얽힌 징크스가 없을 리 없죠. ‘양키스 우승 시즌에 대통령 선거가 열리면 반드시 공화당 후보가 당선된다’는 설(說)이 대표적입니다.

이 법칙은 불패처럼 통하다 1996년 민주당 빌 클린턴이 당선되면서 비로소 깨지죠. 그러다 2000년 공화당 조지 부시 당선으로 되살아난 셈이 됐네요. 공화당으로선 양키스가 우승한 2009년이 대선의 해가 아니어 유감이겠지만 민주당 소속 오바마 대통령의 텃밭에서 최근 의원 선거를 승리했다니, 길조라 여겨도 될까요?

# 일본에서는 ‘요미우리가 잘 돼야 나라가 잘 된다’는 ‘믿음’이 있다는데요. 일본 정치의 뼈대를 구성한 55년 체제(1955년 합당으로 자민당이 탄생했고, 2009년 총선거 패배로 민주당에 정권을 넘겨줄 때까지 장기집권을 유지)와 요미우리의 신화를 같은 맥락에서 읽기 때문이죠.

\ 실제 요미우리는 1955년 우승을 했고, 1965∼1973년까지 9년 연속 우승(V9)을 했는데 당시 일본은 사상 최대의 경제호황을 누렸고, 자민당 집권은 공고해졌답니다. 2009년 하토야마의 민주당으로 정권교체가 된 시점에서 나온 요미우리의 우승은 어떻게 해석해야 될까요? 보수 세력의 건재와 반격 조짐이라고 봐야 될까요?

# 세계지도를 야구 문화권-축구 문화권-크리켓 문화권으로 나눈 그림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한미일(대만까지) 동아시아 4국은 미국문화의 세례를 받은 야구문화권에 속하겠지요. 그러고 보니 한미일 대만 4나라 모두 선거로 집권당을 고르는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네요.

야구와 정치의 연관성이 생기는 것이 아주 우연만도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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