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 막고 또 막고…‘승부차기 달인’ 이운재

입력 2009-11-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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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하나은행 FA컵 축구대회 결승전 성남일화 대 수원삼성 경기가 8일 성남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승부차기 끝에 우승을 확정지은 후 수원삼성 이운재가 기뻐하고 있다. 성남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주장 첫 우승컵 이어 MVP
“골 먹어도 본전 마음 비워… 두번 기회 올 것이라는 예감 적중”
“키커는 기회가 단 한 번뿐이지만 골키퍼는 다섯 번이잖아요.”

수원 삼성의 수호신 이운재(36)가 또 한 번 거미손의 위력을 발휘하며 팀을 FA컵 정상에 올려놨다. 이운재는 8일 성남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성남 일화와의 ‘2009하나은행 FA컵 결승전’ 전후반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돌입한 승부차기에서 상대 3,4번 키커의 킥을 정확히 방향을 예측하고 막아냈다.

수원은 3번 키커 티아고의 슛이 상대 수문장 김용대에게 걸렸지만 에두, 양상민, 김두현, 김대의가 모두 골을 성공시키며 120분 혈투를 짜릿한 승리로 마무리했고 이운재는 대회 MVP에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골키퍼 MVP는 2004년 당시 부산에서 활약하던 김용대 이후 5년만. 공교롭게도 이날 상대 문지기가 바로 김용대였다.

이운재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최고 승부차기 승부사지만 이날은 컨디션이 썩 좋지 못했다. 결승에 대비한 연습에서 번번이 골을 허용하며 스스로도 ‘감이 떨어진 것 아닌가’하는 느낌을 받았다. 이날도 “승부차기까지 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하늘은 심술궂게 또다시 그를 시험에 들게 했고 백전노장답게 기회를 살려냈다. 이운재의 가장 큰 장점은 상대 키커의 심리 파악. 이날도 1,2번 키커 사샤와 라돈치치에게 골을 허용했지만 그 과정에서 떨어진 감을 살려냈고 3,4번 키커 김성환, 전광진과의 수싸움에서 한 수 위였다.


이운재는 “승부차기 들어가기 전부터 두 번 정도 기회가 올 것 같다는 예측을 했는데 들어맞았다. 필드선수는 넣어야 제 몫을 하지만 골키퍼는 먹어도 본전이라는 부담없는 마음을 갖는 게 비법이라면 비법이다”고 말했다.

이날 우승은 이운재가 12년 간 몸담은 수원에서 정식 ‘캡틴’으로는 처음 품은 우승컵이라는 의미도 지닌다. 팬들에게 영원한 주장으로 기억되는 이운재지만 정작 수원에서 완장은 2003년 주장 김진우가 부상을 당해 부주장 자격으로 대신 찬 게 전부.

그러나 시즌 중반 팀이 흔들리자 차 감독은 시즌 중반 주장을 곽희주에서 이운재로 바꾸는 변화를 단행했고 최고참으로 역할을 120% 수행해냈다.

이운재는 “당시 후배들의 짐을 덜어준다는 생각으로 주장을 맡았다. 올 한해 리그 성적이 좋지않아 너무 힘들었는데 이렇게 우승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게 돼 정말 기쁘다”고 환하게 웃었다.

성남|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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