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아시아 정복 2가지 원동력
국내 축구계를 강타했던 ‘파리아스 매직’은 아시아 클럽 최강전에서도 휘몰아쳤다. AFC 챔피언스리그마저 제패한 파리아스의 거침없는 ‘전진’과 ‘매직’의 실체를 분석했다.

○승리하는 방법을 안다

박창현 수석코치가 꼽은 가장 큰 원인은 ‘승리 공식’을 선수들이 이미 깨우치고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 종료 직전의 장면에서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포항이 2-1로 리드를 잡은 시점. 추가시간 3분도 거의 지났을 무렵, 위험 지역에서 프리킥을 내줬다. 전원이 디펜스에 가담해 수비벽을 단단히 쌓았다. 상대 키커가 힘껏 볼을 차자 곧바로 선수 한 명이 뛰어나가 슈팅을 방해했다. 당연히 돌아온 것은 경고. 그러나 시간을 최대한 끌고, 상대의 맥을 끊어야 하는 포항 입장에선 당연했다.

또 다른 장면은 선수 교체였다. 후반 추가시간이 계속되자 데닐손은 벤치에서 교체를 지시할 것에 대비해 반대편 측면으로 뛰어갔다. 알 이티하드 칼데론 감독은 “포항은 막판 20여 분간 제대로 뛰지 않았다”고 비난했지만 주장 황재원은 “우린 승리해야 했고, 그렇게 했다”고 일축했다.

○당근과 채찍을 고루

평소에도 거의 말이 없는 파리아스 감독. 대부분 경기에서도 하프타임 때 라커룸에 들어선 뒤 코칭스태프와 대화할 뿐, 선수들에 지시를 내린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전반 내내 밀린 뒤 파리아스 감독은 노병준과 데닐손, 스테보 등 공격수들에게 “이제부터 졸지 말고 깨어있어”라고 호된 질책을 가했다. 노병준은 “나름대로 열심히 뛰려 했는데 정말 당황했다”고 그 순간을 떠올렸다. 그래도 파리아스 감독은 항상 선수들 편에 선다. 과감하게 구단 측에 ‘당근’을 요구하는 것도 늘 그였다. 물론, 구단도 흔쾌히 협조한다.

‘스틸러스 웨이’를 통해 ‘지더라도 내용이 좋으면’ 보너스를 푸는 것은 물론, 대회 조별예선부터 4강전까지 AFC로부터 받은 상금 43만 달러를 대부분 선수들에게 뿌려 승리에 대한 의지를 자극했다.

도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