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리포트] 천하무적女야구 “열정은 男부럽지 않죠”

입력 2009-12-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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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오후 서울시티클럽에서 열린 ‘2009 여자야구인의 밤’ 행사에 참석한 한국여자야구연맹 임원진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 윗줄부터 시계방향으로 서승호 섭외이사, 최주억 경기이사, 한명선 심판이사, 박노준 기획이사, 강석훈 총무이사, 주성노 기술이사, 이상진 부회장, 정원동 부회장, 최수정 나인빅스 감독, 정진구 부회장, 전여옥 회장, 김영숙 초대회장, 이광환 부회장, 유수호 홍보이사.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한국여자야구 후원의 밤 행사…23개팀 400여명 선수 한자리
메이크업 아티스트, 할인점 보안요원, 도핑테스트 연구원…. 여자야구선수들의 직업이다. 4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 12층에서 열린 ‘한국여자야구 후원의 밤’ 행사에는 각자 다른 직업을 가졌지만 ‘야구’라는 이름으로 한데 뭉친 여자선수들이 모두 모였다.

많이 알려져 있진 않지만 한국에는 총 23개의 팀, 400여 명의 여자야구선수들이 있다. 1년에 3번 그들만의 리그를 연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스포트라이트도, 환호성도 없다. 서울 블랙펄스 유격수 김수미(25)는 “우리들만의 리그지만 열정과 패기가 넘친다. 그것만으로 우리는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들에게는 명확한 포지션도 없다. 인원이 적어 한 선수가 투수로 마운드에 오르면 내야수 자리를 채워야하고, 포수로 자리를 이동하면 외야를 맡아야한다. 마땅히 훈련할 만한 장소도 없다. 2008년 제3회 세계여자야구월드컵에 출전했던 국가대표 이유영(29·서울 블랙펄스)은 “주말마다 초등학교 운동장을 찾는 게 일이다. 결국 못 구하면 한강 고수부지에 나가서 캐치볼을 하며 아쉬움을 달랜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들은 대부분 직업이 있어 경기 때마다 연차를 내는 것도 여간 눈치 보이는 일이 아니다. 그래도 이들은 “내년에는 우승하고 싶다”며 입을 모았다. 알아주지 않아도 열정 만큼은 남자야구선수들 못지않은 목소리로 말이다.

원래 필드하키를 하다가 야구선수로 전향한 김수미는 “(구단)언니들이 사준 스파이크 한 켤레를 집에 고이 모셔두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 스파이크에는 자금사정이 넉넉하지 않아 야구를 포기하려던 김수미를 조용히 도와주려는 동료들의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각자 사연을 가지고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여자야구.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그들만의 리그는 현재진행형이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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