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싸우는 게 아니고 동행하는 것

입력 2009-12-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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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찾아온 내 몸의 불청객 ‘암’
내가 죽든지 암이 죽든지 싸워 보자
심신이 이끈 자연스런 일상과 치유
“혹시 사고가 나서 산소 호흡기를 대야 할 일이 있거든 하지 마라”, “혹시 치매에 걸리거든 굶게 놔두어 그냥 가게 해라”, “장례식은 치르지 말고, 갔다고 절대 울지 마라”, “남기는 유산이 없으니 상속싸움 없어서 다행이다”

저자는 자신의 책 말미에 이렇게 유서를 실어 놓았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시한부 인생. 서울대 수의학과를 나와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다가 개인사업을 하던 저자 이선우(65)씨는 세계적으로 완치 사례가 없는 간내 담도암 말기환자이다.

이 책 ‘암과의 동행’은 올 2월 희귀병인 간내 담도암 진단을 받은 이후 그의 생존전략과 좌충우돌 투병기를 담고 있다. 죽음을 대면하고 써 내려간 진솔하면서도 삶에 대한 통찰이 가득하다.

짧으면 2∼3개월. 시한부 인생을 통보받은 저자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자신의 삶에 대한 어떤 결정권도 행사하지 못한 채 고통 속에서 삶을 마감할 것인가. 아니면 마지막 얼마 안 남은 삶일지언정 스스로의 의지대로 주체적 삶을 살다 갈 것인가.

뻔한 선택, 뻔한 결론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그 이면에는 현대 의학 시스템의 문제와 개인의 무지가 자리하고 있다.

과감히 후자의 삶을 선택한 저자는 이후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저자의 치유방식은 세 가지. 첫째 급박한 생명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는 방안으로 현대의학의 도움을 받는다. 둘째 한의학적인 관점에서 몸 전체의 면역력을 활성화시키고 기운을 회복하는 약을 복용한다. 셋째 몸과 마음이 이끄는 대로 자연스럽게 일상과 치유에 임한다.

저자에게 암은 남은 삶의 동반자이다. 이 책은 암세포와 동행을 시작한 이후, 홈페이지를 통해 올린 글들을 모아 엮은 것이다. 지극히 현실적인 한 인간의 투병기를 통해 독자들은 삶을 반추하고 통찰하는 고마운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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