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즈의 가입분납금 최종분 36억원을 둘러싼 의혹과 LG와의 트레이드 시도 등으로 프로야구계가 시끄럽다. 여기엔 커미셔너로서 명확하게 자신의 역할을 하지 못한 한국야구위원회(KBO) 유영구 총재의 우유부단함과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히어로즈의 열악한 처지, 연고지 분할 보상금을 매개로 전력 보강에 혈안이 된 LG·두산의 구단이기주의가 복합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9월 15일 제5차 이사회에 이어 사장들간 고성이 오고갔다는 이달 8일 이사간담회에서도 히어로즈가 내야 할 36억원에 대한 용처는 확정되지 않았다. “히어로즈가 36억원을 일단 KBO에 내는 게 우선”이라는 한화 이경재 사장의 말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히어로즈는 임의대로 15억원씩 30억원을 LG와 두산에 입금시키고, 잔여 6억원과 회비미납금 4억1000만원을 KBO에 납부해 ‘트레이드 자격’을 갖췄다고 주장한다. 사전에 유 총재에게 양해를 얻었다는 설명이다. 안성덕 사장이 17일 유 총재와 직접 만났던 LG 역시 트레이드에 대해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말하긴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유 총재는 “안 사장과 만나서도 원칙적인 얘기만 했을 뿐이다. 히어로즈 이장석 대표에게도 가입금만 완납하면 회원사로서 자격을 갖춰 트레이드를 할 수 있다고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러 정황상 유 총재가 적어도 히어로즈나 LG측이 ‘아전인수식 해석’을 할 수 있게 하는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커미셔너는 각 구단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분쟁을 해결하는 자리다. 이번처럼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확고한 기준을 갖고 오해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더욱이 이사회 결정 사항에 대해 구단이 임의대로 해석하고 행동한다는 것은 커미셔너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히어로즈 역시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택근 트레이드는 이미 한달 전부터 소문이 흘러나왔고, 앞으로 장원삼과 이현승을 매개로 한 또 다른 장사가 예정돼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무절제한 선수 팔아먹기는 몇 개월 구단 생명을 연장할 순 있겠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프로야구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다. 또한 1년 전, 히어로즈-삼성의 ‘장원삼 트레이드’ 때 비난의 화살을 퍼 부었던 LG가 이번에는 전력 보강을 이유로 거금을 앞세워 트레이드에 나선 것 역시 우스꽝스럽다. 이현승 영입이 성사단계에 있다는 두산 역시 이런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두 구단이 이사회 결정사항과 달리 ‘당연히 받아야 할 돈’이라며 15억원씩을 히어로즈에게서 덥석 받은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실제 돈을 받지 않고, 대신 트레이드를 통해 상계하기로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은 그래서 자업자득이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