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때 떠나준 파리아스에 감사”

입력 2009-12-23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2009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부문별 수상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뒷줄 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영광, 김형일, 황재원, 김영후, 이동국, 기성용, 김정우, 신화용, 김병지, 최강희 감독, 김상식, 최효진.

감독상 수상 최강희 감독 ‘폭소탄 우승소감’
작년 객석에서 이자리 설수 있을까 고민
잔소리 참아준 선수와 서포터스에 감사
“봉동 이장 출세했다”끝 멘트도 재치만발


“감독상을 탄 것이나 우승을 한 것이나 절대 나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죠.”

전북 현대 최강희(50) 감독의 표정은 다소 상기돼 있었다. 막상 K리그 우승을 차지한 날은 흥분돼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시상식에 와서 K리그 감독상을 받은 순간에야 비로소 “실감이 난다”고 했다.

선수시절 늦깎이 대표팀 발탁, 은퇴 후 오랜 코치 생활, 스포트라이트와는 거리가 먼 지방구단에서 시작한 감독생활. 화려함보다는 털털함과 소박함에 늘 가까웠던 그는 영광을 품에 안기보다 주변에 나누는 것에 더 익숙해보였다.

최강희 감독이 최고 자리에 올랐다. 최 감독은 22일 ‘2009 쏘나타 K리그 대상’ 감독상 기자단 투표에서 110표 중 80표를 얻어 30표에 그친 포항 파리아스를 밀어냈다. 2005년 지도자 데뷔 이후 처음 받은 감독상. 최 감독은 “작년 시상식을 객석에서 보며 과연 내가 저 자리에 설 수 있을까 우리 팀이 정상에 오를 수 있을까 많은 생각을 했는데 1년 만에 현실이 됐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분들이 희생해 준 덕이다. 지난 1년 간 선수들에게 엄청난 잔소리 했는데 이겨내고 정상에 서 줘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코치와 가족들 홈과 원정 가리지 않고 응원해 준 서포터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영광이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평소 인터뷰 때마다 재치 있는 멘트로 취재진을 즐겁게 해 주기로 유명한 최 감독. 이날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최 감독은 수상소감 말미 “(경쟁자인) 파리아스 감독님께도 감사한다. 왜냐면 적절한 시기에 (팀을) 떠나줬기 때문이다”고 말해 좌중에 큰 웃음을 안겼다.

이어 “봉동 이장 출세했다”는 우렁찬 외침과 함께 무대를 내려왔다. 최 감독은 “(파리아스) 감독의 심정도 이해하지만 그렇게 갑자기 책임 없이 감독이 떠나면 선수와 구단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마지막 멘트의 이유를 설명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 최강희 감독, “파리아스, 적절하게 떠나줘서 고맙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