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포츠] 워싱턴 레드스킨스의 좌절 “돈으로 승리까지 살 순 없나요?”

입력 2009-12-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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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칼럼니스트는 북미풋볼리그(NFL)에 메이저리그처럼 샐러리캡(연봉상한제)이 없었다면 댈러스 카우보이스는 해마다 슈퍼볼에 진출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댈러스 제리 존스 구단주도 뉴욕 양키스의 ‘보스’ 조지 스타인브레너가 시도하는 것처럼 돈으로 프리에이전트(FA)를 끌어 모아 최상의 전력을 구축하고 싶어 하지만 샐러리캡에 제동이 걸려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댈러스는 1995년 마지막 슈퍼볼 우승 이후 14년간 무관이다.

● 샐러리캡 제약…돈으로 전력상승 안돼

존스 구단주는 풍부한 자금력은 갖추고 있지만 돈으로 전력을 업그레이드시킬 수 없어 올해 텍사스 알링턴에 NFL구장 사상 최고액인 13억달러(약 1조5600억원)를 퍼부어 ‘제리돔’으로 불리
는 카우보이스 스타디움을 지었다는 게 미디어의 분석이다.

NFL 구단주들은 엄청난 부자들이다. 메이저리그 구단 소유주들과는 급이 다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뉴욕 양키스의 자산가치가 유일하게 10억달러를 상회하지만 NFL에서는 19개 구단이 10억달러를 넘는다.

존스 구단주처럼 돈은 있어도 샐러리캡에 막혀 슈퍼볼 진출은커녕 번번이 플레이오프에 좌절하는 팀이 있다. 댈러스 카우보이스의 영원한 숙적인 워싱턴 레드스킨스다. 두 팀은 내셔널 콘퍼런스(NFC) 동부지구 소속으로 전통의 라이벌이다. 구단의 자산가치에서도 댈러스가 17억달러, 워싱턴이 16억달러로 1·2위에 랭크돼 있다. 그러나 연간수입은 워싱턴이 2008년 기준 3억4500만달러이고, 댈러스는 2억8000만달러였다.

● 스나이더 구단주 전횡…워싱턴의 추락

위싱턴의 구단주는 44세의 대니얼 스나이더다. 그는 NFL 워싱턴 구단주뿐 아니라 미 전역에 있는 테마공원 식스플랙의 대주주이며 조니 로케츠 레스토랑 체인 등을 소유한 거부다. 스나이더의 순재산만 13억달러에 이른다. 대학을 중퇴하고 일찍부터 사업에 뛰어든 스나이더는 1999년 8억달러에 구단을 매입했다.

당시 8억달러는 북미 스포츠 사상 구단매매로서는 최대금액이었다. 스나이더는 구단을 인수한 뒤 특유의 비즈니스 마인드를 도입해 워싱턴 레드스킨스를 통해 해마다 1억달러의 이익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구단의 성적은 뒷걸음질쳤다. 뛰어난 사업수완과 달리 구단의 전력은 끌어올리지 못했던 것이다. 특히 오만한 구단주의 전형처럼 감독을 수시로 바꿔 성적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워싱턴은 22일(한국시간) 미 전역으로 중계된 ‘먼데이나잇 풋볼’에서 라이벌 뉴욕 자이언츠에 홈 페덱스필드에서 12-45로 참패해 팬들의 심한 야유를 받았다. 워싱턴의 디펜시브태클 앨버트 해 인스워스는 경기 후 “우리의 전력이 이렇게 나쁘지는 않다. 리더가 팀을 제대로 이끌지 못하고 있다”며 짐 존 감독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해인스워스는 지난 오프시즌 7년 1억달러에 계약한 팀의 주축선수다.

● 1999년 인수 후 감독교체만 6번

워싱턴은 1982년, 1987년, 1991년 3차례 슈퍼볼 정상에 오른 명문구단이다. 그러나 1991년 이후 18년간 슈퍼볼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스나이더 구단주가 1999년 팀을 인수한 이후 워싱턴은
감독 6명을 교체됐다. 현재의 존 감독도 시즌 후 곧바로 경질이다. 존 감독은 올해가 시즌 2년째다. NFL은 보통 감독에게 전력을 보강하는 시기를 주는 터라 4년 혹은 5년의 장기계약을 맺는 게 일반적이다. 스나이더는 감독을 영입하면서 연봉을 두둑하게 챙겨줬지만 성적 부진으로 중도에 옷을 벗겨 공돈만 1000만달러 이상 날렸다.

● 오만한 주인탓…두자릿수 승리 겨우 2번

워싱턴은 스나이더 구단주 체제가 들어선 이후 두 자릿수 승수를 딱 2차례(1999·2005년) 기록하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바 있다. 감독을 비롯해 오프시즌 선수단 영입에 큰 돈을 해마다 퍼부었지만 성적은 반비례다. 지난 오프시즌에도 해인스워스의 1억달러를 포함해 코너백 드안젤로 홀을 6년 5400만달러에 데려왔다.

명문 워싱턴의 실패는 구단주의 전횡이 가장 큰 몫을 차지한다는데 이견이 없다. 거부 NFL 구단주들은 자기 맘대로 구단을 운영하며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실패의 쓴잔도 자주 맛본다. 스나이더의 워싱턴 레드스킨스가 여기에 속한다.

최근의 제리 존스 댈러스 카우보이스, 알데이비스의 오클랜드 레이더스 등도 흡사한 길을 걷고 있다. 워싱턴은 지난주 브루스 알렌 단장을 새로 임명했다. 스나이더 구단주도 전력보강의 시작은 단장이라는 점에 동의해 알렌 단장을 임명했으나 초심처럼 귀를 열어 둘지는 알 수 없다.

워싱턴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해야 방송사도 특수를 누린다. 워싱턴은 폭넓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팀이다.

LA | 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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