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골프계 숨은 공신들] “비스타 대박…이젠 골프공 톱 ‘온그린’”

입력 2010-01-06 14: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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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빅’ 문경안 회장.

볼빅 문경안 대표이사 회장
“우리 공을 사용해서 우승하면 1억원을 줍니다.”

지난해 10월 말. 뜬금없는 1억원 소동이 벌어졌다. 국산 골프공 제조사 (주)볼빅(대표이사 회장 문경안)에서 프로선수들을 대상으로 자사의 골프공을 사용해 우승하면 1억원의 보너스 상금을 주겠다고 공언했다.

여기저기서 웅성대는 소리가 들렸다. “우승한다고 해서 1억원을 줄까?”라고 반문하는 선수도 많았다. 문 회장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대회장 입구에 1억원의 현금 다발을 싸 놓아 의구심을 불식시켰다. 안타깝게 1억원의 주인공은 나오지 않았지만 새로운 바람은 피부로 느껴졌다.

볼빅은 2000년대 초반 비스무스(Bismuth) 제품으로 국내 골프공 시장 점유율 9%까지 달성했던 국내의 대표 브랜드다. 2001년엔 국내 판매액만 120억원을 넘어 골프제조업체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하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잘 나가던 회사는 한순간에 빈껍데기만 남게 됐다. 기업들의 적대적 M&A 대상이 됐고, 그러면서 몇 차례 경영진이 바뀌는 등 수난을 겪었다.

급기야 2008년 11월에는 골프사업부로 재탄생하면서 20년간 운영돼온 회사는 자취를 감추고 새로운 회사로 탄생했다. 2009년 8월, 철강유통업을 운영해온 문경안 회장은 지인의 권유로 볼빅을 인수하면서 ‘명가재건’을 위해 팔을 걷었다.

1억원 보너스 상금 사건은 볼빅의 부활을 알리는 첫 번째 신호탄이었다.

‘볼빅’ 문경안 회장.



▲국산의 우수성은 ‘품질’
지난 12월 30일 경기도 성남시 금곡동에 위치한 볼빅 본사를 찾았다. 연말이지만 직원들의 움직임은 분주했다. 정문 앞에 세워진 영업용 차량에는 골프공이 가득실려 있었고, 직원들은 각자의 행선지를 향해 바쁘게 움직였다.

회사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갈 곳 잃은 기러기처럼 헤매던 지난날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비로소 사람 사는 냄새가 풍겼다.

겉으로 보여 진 볼빅의 이미지는 좋은 편이다. 국내 정상의 골프공 제조업체라는 평가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이미지가 구매와 연결되지 않는 단점을 안고 있다.

비단 볼빅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국산 골프공 전체가 안고 있는 과제다. 현재 국산 골프공의 시장 점유율은 다 합쳐도 10%가 되지 않는다.

타이틀리스트, 캘러웨이, 던롭, 브리지스톤 등 외국의 유명 브랜드에 시장을 모두 잠식 당한지 오래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철저하게 조사했다. 그 결과 저가 시장에만 치중하면서 국산볼을 저가 상품으로 인식시킨 것이다. 그러나 국산의 품질은 유명 브랜드에 뒤지지 않는다. 볼빅은 자체 보유한 특허만도 36개다. 즉, 품질 면에선 유명 브랜드에 뒤질게 없다.”

문 회장은 우수한 기술력을 갖고 있는 국산이 외제에 밀리는 이유를 찾아 나섰다. 문제는 국산 스스로가 저가 상품 판매에 치중하면서 싸구려라는 인식을 만들어 온 것. 이렇게 해서 탄생한 제품이 4피스 골프공 비스타(Vista)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이 제품은 유명 브랜드 제품과 비슷한 가격대에 판매되고 있다.

“1년여의 개발 과정과 2개월의 시장 조사, 그리고 프로들의 테스트를 거친 끝에 비스타 골프공을 내놓게 됐다. 이 정도면 충분히 시장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겼다.”

우승 보너스 1억원을 내건 이유도 제품에 대한 자부심에서 나왔다. 신제품 ‘비스타’에 대한 문 회장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성능을 경험한 프로들도 하나둘씩 볼빅으로 몰렸다. LPGA 투어에서 활동하는 배경은과 KPGA 투어의 베테랑 최광수 등이 올 시즌부터 비스타를 사용해 필드를 누빌 예정이다.

좋은 징조도 일어났다. 골프공 사용 계약을 체결한 배경은이 지난해 K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대회인 ADT 캡스 챔피언십에서 볼빅의 비스타를 사용해 홀인원의 대박을 터뜨렸다. 볼빅의 대박예감을 들게 했다.

‘볼빅’ 문경안 회장.



▲“못 올라갈 나무가 있습니까?”
“못 올라갈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고 했지만 이제는 다르다. 올라간 만큼 이득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외국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90%다. 그중 프리미엄 제품의 시장이 70%다. 우리가 올라가야 할 곳이 그만큼 많이 남아있다는 뜻이다.”

지금이야 세계 1,2위를 다투는 컬러TV 시장에서 불과 10년 전만해도 우리 기업들의 순위는 10위권 밖이었다. 볼빅도 현재는 순위권 밖에 머물고 있지만 5년 내 넘버원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프로와 주니어 골프선수들이 많이 사용해야 한다.

시장 조사결과 프로와 주니어 선수들이 많이 사용할수록 제품에 대한 인지도와 판매율이 높았다. 볼빅이 프로와 주니어 골프선수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볼빅은 올해부터 다양한 지원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지원을 필요로 하는 선수라면 누구와도 손을 잡을 계획이고, 아직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기 못한 시니어 챔피언스 투어 활성화를 위해 4개 대회의 후원을 자처했다.

우리의 골프실력은 세계 최강이다. 그렇지만 골프용품산업은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 회장은 “일류 선수로 성장한 우리의 스타들이 국산 제품을 사용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더 크게 성장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하면서 “선수들이 국산 제품을 사용해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도록 더 좋은 제품을 개발해 나가겠다”고 했다.

노력의 결과는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2008년 40억원까지 떨어진 매출은 비스타 출시 이후 2009년 10월부터 급성장세로 돌아섰다. 비시즌인 12월 한 달에만 5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2008년 동기 대비 5배 성장이다.

문 회장은 2010년 새해를 맞아 다부진 각오를 내비쳤다.

“고객이 사용 후 제품의 품질에 만족해하지 못할 경우 언제든지 환불해 줄 계획이다. 국산과 외제를 철저하게 비교해 달라.”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 판교=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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