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동 투어족’

입력 2010-01-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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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 안선주, 서희경, 배상문(사진 왼쪽부터) 등 국내의 남·녀 톱프로들이 투어 병행 출전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노린다. 한국, 일본, 미국, 유럽 등 2∼3개 투어에 병행 출전하면서 실속을 얻기 위해서는 철저한 체력안배와 현지 문화 적응이 관건이다.스포츠동아 DB

 김영, 안선주, 서희경, 배상문(사진 왼쪽부터) 등 국내의 남·녀 톱프로들이 투어 병행 출전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노린다. 한국, 일본, 미국, 유럽 등 2∼3개 투어에 병행 출전하면서 실속을 얻기 위해서는 철저한 체력안배와 현지 문화 적응이 관건이다.스포츠동아 DB

프로골퍼들 새 트렌드
미 일 유럽 등 2∼3개 투어 병행
김영 일본으로…서희경은 유럽행
상금 챙기고 기회 잡고 ‘일석이조’
‘이제 하나의 투어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선수들의 투어 병행 출전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무대에 도전하겠다는 것도 이유지만, 자신이 속한 투어의 대회 개최 수 및 상금 규모의 변화, 현재 자신의 위치를 꼼꼼하게 따져본 뒤 2∼3개 투어를 오가며 실속을 차리겠다는 것이 감춰진 속내다.


○박인비 일본투어 선회…배경은 KLPGA로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는 경제상황 악화로 대회수가 축소되면서 1년에 24개 대회밖에 열리지 않게 됐다. 그러자 그간 LPGA 무대에만 집중해왔던 선수들이 일본과 한국 투어로 다시 눈길을 돌리고 있다.

LPGA 투어에서 활약하던 김영(29·스킨푸드)은 2009년 JLPGA 투어 퀄리파잉(Q)스쿨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풀시드를 확보했다. 올 시즌 일본 투어에 집중하겠다는 생각이다. 2008년 메이저대회인 US오픈 우승자 박인비(22·SK텔레콤) 역시 일본투어로의 선회에 무게 중심을 둔 상태다.

배경은(25·볼빅)은 작년 말부터 다시 KLPGA 투어로 발길을 돌려 국산 골프공 업체 볼빅과 후원계약을 맺고 국내에서도 활약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KLPGA 투어 시드권 유지와 안정적인 상금 획득을 노리겠다는 계산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도 일본 무대로의 영역 확장을 꿈꾸고 있다. 안선주(23·하이마트)는 지난해 JLPGA Q스쿨을 통과하며 풀시드를 획득, 본격적인 일본투어 공략에 나선다. 이로써 2010년 일본여자골프투어에는 김영, 박인비, 안선주, 신지애(22·미래에셋), 이선화(24·CJ) 등 20여명의 한국 선수들이 출전한다.

선수들이 JLPGA 투어를 선호하는 이유는 ▲지리적으로 가까워 KLPGA 투어와의 병행 출전이 쉽고 ▲상금 규모가 약 29억엔(한화 382억원)으로 LPGA 투어(약 651억원)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으며 ▲LPGA 투어보다는 상대적으로 경쟁이 수월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양희영-김인경 유럽 투어 나서

유럽여자프로골프(LET) 투어도 예외가 아니다. KLPGA의‘지존’ 서희경(24·하이트)은 세인트포레이디스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면서 3년간 LET 투어 전 경기 출전권을 확보했다. 올 시즌에는 메이저대회 에비앙마스터스를 비롯해 몇몇 큰 경기에 출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LET투어에서 2승을 기록 중인 양희영(20·삼성전자)은 LPGA 투어와 LET 투어를 함께한다. 2009년 두바이레이디스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며 풀 시드를 획득한 김인경(22·하나금융)도 KLPGA 투어와 LET 투어에 나선다.


○배상문 원아시아 투어 병행키로


남자선수들 역시 일본 투어와 원아시아 투어, 아시안 투어 출전을 통해 영역 확장을 꾀하고 있다.

2009시즌 상금왕 배상문(23·키움증권)은 KPGA 투어와 원아시아 투어에 함께 출전한다. 원아시아 투어가 주로 중국과 호주에서 펼쳐지기 때문에 KPGA 비시즌인 12월∼3월 사이에 경기에 나서며 감각을 유지하겠다는 복안이다.

일본 투어에서 꾸준한 활약을 보여준 김형태(33·토마토저축은행)와 지난해 일본 투어 루키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친 김형성(30), 김경태(24·신한은행) 등은 올 시즌에도 KPGA 투어와 JPGA 투어를 오가며 출전한다.

이처럼 많은 남·녀 프로골퍼들이 투어 병행 출전을 통해 또 다른 도약을 계획하고 있지만 위험요소도 존재한다.

잦은 이동으로 인한 체력 유지의 문제, 새로운 문화와 환경, 언어에 적응하며 성적을 내야한다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김형태는 “병행 출전이 꾸준한 대회 감각을 유지할 수 있고, 견문을 넓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해당 투어가 열리는 나라의 언어와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있다. 가까운 일본투어도 비행시간이 길어야 2∼3시간이라 체력적인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생체리듬 회복이 그렇게 쉽지는 않다”고 충고한다.

하지만 급변하는 투어 환경 속에서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공존하는 선수들의 투어 병행 출전은 이제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중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이다. 올 시즌 과연 어떤 선수가 철저한 체력안배와 빠른 적응을 통해 세계 투어 무대를 오가며 뛰어난 활약을 펼칠 수 있을지 팬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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