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멘토] 김온아, 호랑이 임영철 감독의 불호령 진정한 핸드볼 천재로 꽃피다

입력 2010-01-29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김온아, 임영철 감독. 스포츠동아DB

2008년 8월 베이징올림픽. 석연치 않은 심판판정으로 결승진출이 좌절된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헝가리와 3·4위전 종료 1분전 33-27로 앞서고 있었다. 동메달이 확정적인 순간이었지만 임영철 감독은 작전타임을 불렀다. 그리고 “언니들은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이다”는 말과 함께 김온아(22)를 오성옥(38)으로 교체했다. 1분 후 오성옥은 코트 위에서 눈물을 펑펑 쏟으며 4차례 올림픽에서 함께한 태극마크와 작별했다. 그리고 노장은 “다음 올림픽에서 후배들이 금메달을 따주리라 믿는다”는 마지막 말과 함께 김온아를 바라봤다.

김온아는 어린 시절부터 핸드볼 천재였다. 세계최고수준을 자랑하는 한국 여자 핸드볼에서 고교시절 이미 국가대표 수준이라는 찬사 속 2007년 효명건설(현 벽산건설)에 입단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만난 임영철 감독의 훈련은 혹독했다. 아니 눈만 마주쳐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서웠다.

이듬해 베이징올림픽 대표팀에 뽑혀 태릉선수촌에 들어간 김온아는 훨씬 더 엄해진 국가대표 임영철 감독과 다시 마주했다. 작은 실수에도 불호령이 쏟아졌다. 핸드볼 천재는 태어나 처음으로 핸드볼 때문에 남몰래 눈물까지 흘렸다.

하지만 대표팀 언니들이 “감독님이 그 만큼 너를 아껴서 야단치는 거다”라고 격려해줘 힘이 나기 시작했다. 감독이 강조한 강인한 체력과 팀플레이에 눈을 뜨자 화려한 개인기는 더 빛을 발했다. 그리고 김온아는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한국 여자 핸드볼의 전설로 통하는 오성옥(현 오스트리아 히포방크)의 대를 잇는 대표팀 센터백이 됐다.

20일 서울 올림픽공원 제2체육관 핸드볼큰잔치 결승전. 벽산건설은 김온아가 8골 5어시스트로 맹활약하며 삼척시청을 제치고 2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임영철 감독은 MVP에 뽑힌 김온아를 “롱슛, 페인팅, 리딩까지 3박자를 고루 갖춘 최고의 선수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온아는 “감독님께 처음 칭찬을 받았다”고 수줍게 웃으며 또 한번 도약을 다짐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