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포커스] “‘안어벙’에 꽂혀서 보따리 쌌죠”

입력 2010-02-02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개그가 좋아 육상선수에서 개그맨으로 진로를 바꾼 오나미. 선배 신봉선처럼 다양한 무대에서 활약할 날을 꿈꾸며 오늘도 부지런히 달리고 있다.

개그가 좋아 육상선수에서 개그맨으로 진로를 바꾼 오나미. 선배 신봉선처럼 다양한 무대에서 활약할 날을 꿈꾸며 오늘도 부지런히 달리고 있다.

개콘 ‘솔로천국…’ 오나미
배 쫄쫄 굶어도 개그가 좋아
엄마 반대에도 혈혈단신 상경
롤모델은 만능재주꾼 신봉선
허경환 선배 짝사랑 오해예요
2005년, 대전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오나미(26)가 짐을 싸 서울에 간다고 했을 때 그녀의 어머니조차 딸의 의지를 믿지 못했다.

고집을 부리는 딸을 더이상 말릴 수 없어 마지못해 서울행을 승낙한 어머니에게 오나미는 “생활비도 직접 벌어 살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대학로 근처 고시원에 짐을 풀었다. 당시 대학로에서 공연을 하던 ‘안어벙쇼’ 오디션에 합격한 다음날에 벌어진 일이다.

그로부터 5년이 흘렀다. 이제 오나미는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인기 코너 ‘솔로천국 커플지옥’을 이끄는 당당한 주역으로 떠올랐다. 오나미가 ‘모태솔로’란 이름으로 무대에 오르면 관객의 함성은 뜨겁게 달아오른다.

“대학로에서 개그를 했던 3년 동안 한 달 수입이 15만원에서 20만원 정도였어요. 22살이었는데 기분좋게 놀았던 기억이 없어요. 먹는 것도 마음껏 못하니까 볼 살이 쪽 빠졌는데 고향 친구들이 안쓰럽다고 한 번 씩 치킨 파티를 열어줬죠.”

오나미는 2008년 KBS 공채개그맨에 합격해 꿈에 그리던 무대에 섰다. 합격하자마자 ‘개콘’에 단역으로 출연하기 시작했고 지난 해 ‘독한 것들’, ‘형제’ 등의 코너로 인기를 모았다. 이런 관심은 지난 해 KBS 방송연예대상 신인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연예대상 시상식 날 처음으로 서울 강남의 유명 숍에 가봤어요. 하하. 어색했지만 기분이 좋았어요. 그 날은 제가 태어나서 두 번째로 운 날이에요. 첫 번째는 공채 개그맨 합격자 발표날이었죠.”

오나미는 고등학생 때까지 고향인 공주에서 육상선수로 활약했다. 늘 친구들과 합숙하며 지내던 오나미는 앞에 나가 웃기는 걸 좋아했다. 그럴 때마다 친구들은 “개그맨 시험 보라”며 부추겼다. 오나미에게 그 말은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않았다.



꿈을 이룬 오나미는 이제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개그부터 버라이어티까지 다양한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배 신봉선처럼 성장하는 꿈이다. 단순히 “닮고 싶다”는 인사치레에서 끝내지 않고 오나미는 구체적인 일화를 꺼냈다. “‘개콘’에 처음 출연하던 날, 너무 긴장한 저를 신봉선 선배가 화장실로 데려갔어요. 제가 해야 할 연기를 직접 해주며 꼼꼼하게 알려줬죠. 인간적인 그 모습에 용기가 났어요. 얼마 전 인터뷰 때 신봉선 선배를 잠깐 얘기했는데 바로 전화가 왔어요. 제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하더라고요.”

무대에서 보여주는 천연덕스러운 연기력과 달리 실제로는 수줍음이 많은 오나미는 인터뷰가 끝날 때쯤 한 가지 부탁이 있다고 했다. 바로 자신의 이상형을 반드시 밝혀달라는 내용이었다. “얼마 전 ‘개콘’의 허경환 선배를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오해를 받아 민망했어요. 허경환 선배는 존경하는 분이고, 저의 진짜 이상형은 연기자 지현우 씨에요.”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