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인을 만나다④ 야구판의 강태공들] 낚시광 양준혁 “님만 빼고 다 낚아봤죠”

입력 2010-02-04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스포츠동아DB

프로야구 선수들의 취미는 별로 다양하지 않다. 단체운동인데다 주로 야간경기를 치러야하기 때문에 생활패턴이 일반인과 다를 수밖에 없다. 비시즌에도 마무리훈련과 전지훈련을 소화하느라 개인시간을 내기 어렵다. 이런 생활패턴 속에서 짬을 내 취미활동을 하게 된다. 그 중 휴식일이나, 비시즌에 낚싯대를 둘러메고 스트레스를 푸는 선수들이 제법 있다. ‘달인을 만나다’ 4번째 코너에서는 프로야구계의 강태공들을 만나본다.


경력 35년…시즌때도 낚싯대 잡아


○경력만 35년 훌쩍 ‘위풍당당’ 양준혁

야구계에서 낚시의 달인은 삼성 양준혁(41)이다. 낚시와 인연을 맺은 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라고. 야구보다 먼저 입문한 게 낚시였다. 그는 “아버지가 낚시를 좋아해 따라다니다 보니 낚시의 묘미에 빠지게 됐다. 일곱살 때 시작했으니 이래봬도 낚시경력 35년이다”라며 웃었다.

그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혼자 대구 외곽으로 나가서 낚시를 하곤 했다. 버스를 타고 칠곡이나 경산 등 저수지에서 낚시를 하다 밤늦게 집에 들어오기 일쑤였다고. 민물낚시에 심취해 있던 그는 성인이 되면서 바다로 나가기 시작했다.그러나 프로에서는 좀처럼 짬을 내기 힘들다. 시즌 중 휴식일에 인근 포항이나 유료 낚시터를 가끔 찾아가곤 한다. 그는 “낚시는 야구와 많이 닮았다. 찌까지의 거리는 투수와 타자의 거리와 비슷하다. 찌의 움직임을 보면서 투수가 던지는 공을 머릿속에 그리는데 선구안과 집중력이 몰라보게 좋아진다”면서 “야구가 잘 풀리지 않을 때 낚시를 하고 오면 다음날 이상하게 공이 잘 보인다. 거짓말이 아니라 공이 수박만하게 보인다”며 낚시예찬을 했다.

 양준혁


그러나 “낚시도 야구처럼 알면 알수록, 하면 할수록 어렵다”고 털어놨다. 그는 “밀물 때와 썰물 때 낚시하는 방법이 다르다. 같은 밀물이라도 물이 수시로 바뀐다. 7물이나, 9물이나 그런 용어도 있는데 아직 난 그런 경지까지는 가지 못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데 힘들게 낚시를 왜 할까. 그는 “인내는 쓰지만 열매는 달다”면서 “큰놈을 잡으면 긴장되면서 손맛이 얼마나 짜릿한지 모른다. 특히 돔을 잡으면 홈런을 칠 때 손맛 못지않다. 나한테 잡히며 짤없다. 항상 회칼도 가져가는데 잡힌 놈은 다 내 뱃속에 들어온다”며 웃었다. 노총각 양준혁. “그런데 평생배필 낚시는 왜 안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밑밥은 많이 던져봤는데 그 낚시하고 이 낚시하고는 다르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올핸 물고기보다 승리낚시 올인”

○양준혁도 인정하는 ‘낚시꾼’ 손민한

롯데 손민한도 소문난 낚시의 달인. 고향이 부산이다보니 집에서 차로 몇 분만 가면 바다라 대연초등학교 시절부터 아버지로부터 낚시를 배웠다. 그는 골프 클럽보다 비싼 고가의 낚시 장비까지 갖추고 있을 정도로 프로급이다. 별다른 취미가 없어 낚시 장비에 정성을 많이 들이는 편이라고.

손민한은 “지난 겨울엔 재활훈련에 몰두하느라 낚시를 가지 못했다. 지금 내가 한가롭게 낚시 얘기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며 올해는 물고기보다 승리를 낚는 데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나중에 혹시 기회가 닿는다면 전국에 있는 무인도 섬을 다니면서 낚시를 해보고 싶은 게 꿈이다”고 속내를 밝혔다.


1m넘는 레드피시…월척중의 월척

○상어도 잡는 김선우

두산 김선우는 어릴 때 붕어낚시부터 시작해 친구들과 “영역을 넓히자”며 한강으로 진출해 잉어를 잡으면서 낚시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미국으로 진출한 뒤에도 낚시 사랑은 여전했다. 그는 “숙소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바다가 세계 3대 낚시터였다. 거기에서 1m짜리 상어 3마리를 잡아봤다. 백상어, 망치상어, 그냥 상어. 상어는 잡는 순간 쭉 올라오는데 물가로 나오는 순간 힘을 강하게 줘서 잡기 어렵다”고 소개했다. 그가 낚은 생애 최대어는 1m가 넘는 레드피시. 총 30∼40분간의 사투 끝에 포획에 성공했다고 한다. 특히 레드피시는 도망가려고 하면 줄을 풀어주고 다시 잡아당기고를 반복하며 30분 동안 힘을 빼는 게 요령이라고. 그는 “어떤 물고기가 언제 걸릴지 모른다는 스릴감과 잡는 순간 손맛이 좋아 낚시에 빠지게 됐다”면서 “어떤 때는 하루에 2시간만 자고 무려 일주일 동안 낚시만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두산 김현수도 알아주는 낚시광. 2008년 SK와의 한국시리즈 최종전에서 병살타로 마지막타자가 된 뒤 그라운드에서 펑펑 울었던 그는 낚시를 하면서 마음을 달래기도 했다.


못난이 물고기 ‘삼식이’를 아세요?

○미국까지 전파한 삼식이

 정민태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은 소문난 낚시광이다. 현대 투수코치 시절, 휴식일이면 스승을 따라 나서는 투수들이 줄을 이었다. 그러면서 정민태, 조규제 등이 강태공 대열에 합류했다. 미국 플로리다에 스프링캠프를 차리던 시절 일화. 그곳 물고기들의 특징은 체격은 큰데 힘이 떨어진다는 것. 특히 못난 외모의, 이름을 알 수 없는 물고기들이 자주 올라왔다. 현대 투수들은 그 물고기들을 ‘삼식이’라고 불렀다. 이듬해 겨울, 또 다시 플로리다로 전지훈련을 간 현대 선수단은 깜짝 놀랐다. 현지인들도 어설픈 우리 발음으로 “삼식이”라고 부르고 있었기 때문. ‘삼식이’는 쏨뱅이의 다른 이름으로, 매운탕이나 찜으로 인기가 좋다. 하지만 그 물고기가 정말 쏨뱅이였는지는 아직도 알 수 없다.

 조규제



‘아구’ 이승호 낚시하면 동족상잔?

○그밖의 낚시광

SK 선수들에게 “최고의 낚시 전문가가 누구냐”고 묻자 한결같이 웃음부터 터뜨렸다. ‘아구’라는 별명을 가진 이승호(등번호 20번)가 떠올랐기 때문. 그러면서 “이승호가 낚시를 좋아하는 건 동족상잔의 비극”이라고 표현했다.

KIA의 자타공인 낚시광은 윤석민이다. 고교시절 이후 낚시를 할 기회가 없었지만 프로 입단 후 이대진을 만나며 다시 낚시와 인연을 맺었다. 스승인 이대진은 총각시절 밀물과 바다낚시를 섭렵하며 월척도 수차례 낚았다. 그러나 2006년 결혼 이후 의약 연구원인 아내의 외조, 본업인 야구에 열중하느라 낚시를 자주 즐기지는 못한다. 이대진은 “야구 외에 취미도 있어야 한다”며 후배들에게 적극적으로 낚시를 권하고 있다. 최희섭도 미국 시절에는 알아주는 낚시광. 플로리다 시절에는 바다낚시도 자주 즐겼다. 그러나 한국에 돌아와서는 낚시보다는 등산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LG에서는 이재영과 이동현 봉중근 등이 낚시를 좋아한다. 한화에서는 은퇴한 송진우가 소문난 낚시광이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