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KBL 귀화혼혈·국내 신인 드래프트가 3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렸다. 다음 시즌부터 프로 선수가 될 주인공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BL귀화혼혈·신인 드래프트
1순위 선정…드래프트 악연 끊어슈팅가드 등 해결사 역할 큰기대
동생 문태영 “맞대결 질 수 없다”
첫 번째로 번호를 뽑을 수 있는 권리는 모비스에 돌아갔다. 그러나 열어보니 가장 끝인 5순위. 그 다음에 기회를 얻은 곳은 전자랜드. ‘1순위.’ 순간 전자랜드 테이블엔 함성이 터졌다. 이익수 전자랜드 단장은 만세를 불렀다. 전창진 KT 감독이 “모양 빠지게 왜 그러시냐?”고 핀잔(?)을 줬지만 이 단장은 도무지 표정관리가 안됐다. 3분의 회의시간을 줬지만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단상에 올라 그토록 간절했던 이름을 불렀다. “제로드 스티븐슨(한국명 문태종).” 전부 아니면 전무의 게임, 유일한 승자는 전자랜드였다.
○전자랜드, 단숨에 우승전력
유도훈 감독은 “외곽 득점이 힘든 상황인데 보강해줄 것을 믿는다”고 평했다. 슈팅가드 부재로 센터 서장훈 효과를 극대화하지 못했는데 일거에 해결사를 얻었다. 또 문태종의 신장(196.5cm)을 고려하면 파워포워드로 활용할 여지도 있다. “서장훈과의 포지션 중복은 없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문태종은 “1순위 지명을 받아 기쁘다. 전자랜드란 팀은 잘 모르지만 서울에 가족(아내와 아들 둘)을 데려올 텐데 인천이 가깝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또 “동생 문태영(LG)과 KBL에서 뛰게 돼 어머니가 기뻐한다”고 말했다.
○문씨 가문 경사 났네
동생 문태영은 일부러 LG 사람들과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드래프트 장을 찾았다. 1순위 지명 직후 형과 축하의 포옹을 나누기도. 문태영은 “고교 이후 같은 리그는 처음인데 형이 적응을 잘 하는 성격이라 해외에서 많이 뛴 만큼 별 조언이 없어도 활약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어렸을 적 집에서 농구를 했을 땐 형이 더 잘했지만 이젠 내가 성장해서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며 내년 시즌 맞대결 ‘설욕’을 다짐했다.
어머니 문성애(55)씨는 “좋아요, 자랑스러워요”를 연발했다. “둘 다 응원을 해도 태영이는 이제 한국을 잘 아니까 처음인 형부터 챙기겠다”며 어머니답게 자식 걱정부터 했다.
귀화 혼혈·국내 신인 드래프트에서 각각 1순위로 지명된 문태종(전자랜드·왼쪽)과 박찬희(KT&G)가 엄지를 들며 자축하고 있다.
○타 구단의 손익계산
전자랜드는 드래프트 악연을 비로소 끊었다. 그동안 김승현 양동근 김태술 하승진 등을 줄줄이 놓친 한을 풀었다. 대다수 팀들은 “문태종이 모비스나 동부로 갔더라면 대책이 없을 뻔했다”며 전자랜드행을 반겼다.
귀화선수에 대해 지명구단은 3년간 보유권을 갖는다. 그러나 기한 내 귀화를 안 하더라도, 제재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비판은 유효하다. “문태종이 3년 후 서른아홉 살인데 귀화하겠느냐?”란 회의론이 그래서 나온다. KBL도 뾰족한 대책이 없음을 인정한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