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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일본 미야자키에 차려진 소프트뱅크의 스프링캠프 훈련장 아이비구장. 훈련을 위해 그라운드로 나서던 이범호(29)가 한국 취재진을 보자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웃음이 터진 것은 그 다음이었다. 뒤를 따라오던 가와사키 무네노리가 갑자기 “안녕하세요”라며 이범호의 말을 그대로 따라했기 때문. 이범호도 가와사키의 재치에 폭소를 터트렸다.
예상 외로 반응이 좋자 가와사키의 ‘이범호 따라하기’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이범호가 “그래요?”라고 대답하면 가던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래요?”라고 따라하기를 여러 차례. 가와사키는 낯선 땅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 이방인을 배려하는 듯 끊임없이 장난을 치며 이범호의 긴장을 풀어줬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소프트뱅크 아키야마 고지 감독이나 김태균을 영입한 지바롯데의 니시무라 노리후미 감독도 한국에서 왔다는 말에 “안녕하세요”라며 한국어 인사를 건넸다. 이들은 “내가 이끄는 팀에 한국인 선수가 들어온 만큼 기본적인 인사는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배웠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김태균과 이범호가 일본 야구계의 한류를 형성하고 있다. 이전에도 요미우리 이승엽과 야쿠르트 임창용, 이혜천이 있었지만 올해 김태균과 이범호가 동시에 일본리그에 합류하면서 한국야구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1일부터 시작된 각 구단 스프링캠프에서 일본 언론의 이목이 한국인 용병에게 집중되는 것도 이에 대한 방증.
비록 팀 전력에 미칠 영향보다 당장 어떤 결과를 보여주길 바라는 성급한 기사를 내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지만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야구 선진국’ 일본의 벽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한국야구의 매서운 방망이질에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미야자키(일본)|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