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과 하계올림픽은 종목의 수뿐 아니라 스포츠의 특성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미국의 유명한 방송인 브라이언 검블은 “동계올림픽은 백인들을 위한 잔치다”라며 흑인들이 배제된 동계올림픽을 혹평한 바 있다. 실제 2006년 토리노대회 때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미국의 샤니 데이비스(28)가 흑인 최초의 동계올림픽 금메달 수상자가 됐다. 아직도 흑인으로는 유일하다. 데이비스는 이번 밴쿠버대회에서도 1000m와 1500m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하계올림픽은 부담감을 떨치고 4년 동안 갈고 닦은 솜씨를 마음껏 발휘하면 된다. 그러나 동계올림픽은 절대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하계올림픽 종목에서도 실수는 금물이다.
동계올림픽은 종목의 특성상 실수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올림픽 ‘비운의 스타’가 하계대회보다 동계대회에 훨씬 많다. 동계올림픽은 빙판과 설원에서 벌어진다. 동계올림픽을 ‘슬리퍼리(slippery) 스포츠’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누가 더 잘 미끄러지느냐인데 자칫 잘못 미끄러질 경우 4년간 쌓은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지는 게 동계올림픽이다. 더구나 동계종목은 미끄러운 상황에서 스피드까지 겸비해야 하기 때문에 실수가 잦다. 따라서 하계종목보다 변수가 많다. 하계종목은 최고 선수가 큰 이변 없이 금메달을 획득하는 게 가능하다.
올림픽 최고의 비운의 스타로 꼽혔던 스피드스케이팅의 댄 젠센, 여자 피겨스케이팅의 미셸 콴, 알파인 스키의 보드 밀러 등이 실수로 발목이 잡힌 대표적 스타들이다. 밀러는 토리노대회 때 알파인 5개 종목에서 다관왕이 유력했던 후보였다. 그러나 단 1개의 메달도 목에 걸지 못했다. 젠센은 1988년 캘거리와 1992년 알베르빌에서 잇달아 엎어진 뒤 1994년 릴레함메르대회 10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비운을 떨쳐버린 스타다. 7차례 US 챔피언, 5차례 세계선수권 챔피언이었던 콴은 동계올림픽 금메달과는 끝내 인연을 맺지 못하고 1998년 나가노대회 은메달로 마감했다. 금메달이 유력했던 콴도 엉덩방아를 찧으며 올림픽 비운의 스타로 추가된 것이다.
USA투데이의 여성 칼럼니스트인 크리스틴 브레난도 지난달 칼럼에서 “동계올림픽은 슬리퍼리하다”고 강조하면서 지난해 그랑프리대회에서 김연아의 실수를 지적했다. “김연아가 여자 피겨에서 강력한 금메달 후보지만 빙판에서는 어떤 변수가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며 메달권 밖의 미국 선수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줬다. 동계올림픽은 기량도 중요하지만 행운도 선수를 지켜줘야 한다.
LA | 문상열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