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수 “축하전화? 내가 걸었다”재치 만점
‘꽃미남 스케이터’와 ‘샤이 가이’. 하루 사이에 두 명의 스타가 탄생했다.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0m의 이승훈과 쇼트트랙 남자 1500m의 이정수. 기대는 받았어도 확신은 얻지 못했던 이들은 14일(한국시간) 나란히 값진 은메달과 금메달을 따내면서 올림픽 초반 한국 빙상의 자존심을 한껏 끌어올렸다.
이들은 대회 전까지만 해도 다른 대표 선수들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스피드 스케이팅은 단거리의 강자 이규혁과 이강석, 쇼트트랙은 ‘투톱’ 이호석과 성시백에게 기대가 쏠려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은 그동안 각종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성적을 내면서 기량을 끌어올려왔다. 그리고 올림픽이라는 결전의 무대에서 쌓아뒀던 힘을 폭발시킨 것이다. 게다가 여성팬들의 눈길을 잡아끄는 곱상한 외모는 이들의 또 다른 무기다.
모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덕분인지 인터뷰에서도 다듬어지지 않은 솔직담백한 면모를 자랑했다.
이승훈은 “최신가요를 많이 듣는다. 운동하기 전에는 신나는 노래를, 스트레칭을 할 때는 조용한 노래를 듣는 편”이라면서 “개인적으로 소녀시대를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또 쇼트트랙과 스피드에 대한 생각을 묻자 “내게 쇼트트랙은 옛사랑, 스피드는 첫사랑 같은 존재”라는 ‘시적’인 답변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물론 신세대 이정수도 뒤지지 않는다. 금메달 이후 가장 큰 변화에 대해 “머리가 좋아졌다”고 태연하게 말한 뒤 “이제 레이스에 대해 눈이 뜨인 것 같다”고 부연 설명했고, 누군가 ‘축하 전화를 많이 받았냐’고 묻자 “내가 걸었다”고 답변해 웃음을 자아냈다.
조용한 목소리와는 반대로 “오노는 시상대에 서야 할 선수가 아니었다”는 직설화법도 구사한다.
밴쿠버(캐나다)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