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배구에는 새로운 라이벌 관계가 형성됐다. 신치용(55) 감독의 삼성화재와 신영철(46) 감독의 대한항공. 신치용-김호철 감독(현대캐피탈)의 라이벌전 이상으로 재미를 더해가고 있다. 감독의 성을 따서 ‘신의 전쟁’으로도 불린다. 둘은 한국전력과 삼성화재에서 선수, 코치, 감독으로 17년간 동고동락했던 사제지간이다.
하지만 이젠 한 치의 양보도 허용할 수 없는 라이벌로 자리매김했다.
양 팀도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올 시즌 전적은 2승2패. 초반 2경기를 삼성화재가 앞섰다가 이후 대한항공이 2연승 했다. 특히 신영철 감독은 사령탑을 맡은 이후 2차례 모두 이겨 스승의 미소를 빼앗았다.
최근 ‘대행’ 꼬리표를 뗀 신영철 감독의 마음이 더 홀가분한 듯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정규리그 1위는 승률 8할을 넘는 삼성화재. 대한항공은 3위다. 과연 어느 ‘신’ 감독이 웃을 지에 배구 팬들의 관심이 쏠린 것은 당연했다. 결과는 스승 ‘신’ 감독이 기분 좋게 역전승으로 설욕을 하며 최고 감독의 자존심을 지켰다.
삼성화재는 18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벌어진 NH농협 2009~2010 V리그 대한항공전에서 세트 스코어 3-1로 이겼다. 이로써 삼성화재는 22승4패로 선두를 굳게 지켰고, 대한항공은 18승8패로 불안한 3위를 유지했다.
신치용 감독은 경기 전 이날의 관전 포인트로 외국인 선수 대결을 꼽았다.
“가빈이냐 레안드로냐 둘 중 누가 잘 하는지 보면 된다.”
캐나다 출신의 가빈은 올 해 프로배구를 휩쓸고 있는 최대 거물이고, 브라질 출신의 레안드로는 3년 만에 복귀한 괴물 공격수다. 한마디로 막상막하다. 예상대로 양 팀 외국인들의 몸놀림에 세트가 왔다 갔다 했다.
1세트는 레안드로의 완승. 똑 같이 8득점씩을 했지만 레안드로는 공격 성공률 80%가 말해주듯 정확한 타점으로 상대 네트에 꽂았다.
반면 가빈의 공격 성공률은 41%에 불과했다. 특히 상대 블로킹에 연거푸 막히며 고개를 숙였다. 1세트가 무려 8점차가 나는 25-17로 끝나자 홈 팬들도 풀이 죽었다.
2세트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 가빈이 7득점을 한 반면 레안드로는 네트 터치를 하는 등 3득점에 공격 성공률 20%에 그쳤다.
승부가 갈린 세트는 3세트. 접전이 펼쳐진 가운데 13-12에서 가빈의 오픈 공격과 고희진의 블로킹으로 3점을 달아나며 균형은 삼성화재 쪽으로 기울었다. 이어지던 리드가 범실 등으로 24-23까지 쫓겼지만, 마지막 가빈의 강력한 오픈 공격으로 세트를 따냈다.
4세트에서도 접전이 계속됐지만 가빈의 맹활약을 앞세워 삼성화재가 웃었다. 가빈은 이날 37득점으로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신치용 감독은 경기 후 “레안드로는 여전히 높이와 파워가 예전처럼 대단했다”면서도 “시간이 갈수록 체력이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대전 |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