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수첩] ‘루키’스토리 빼다박은 39세 최향남 ML 도전

입력 2010-03-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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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향남은 여전히 꿈을 꾼다. 외롭고 험한 애리조나의 스프링캠프. 그러나 최향남은 고독을 벗삼아 꿈을 던진다.

1999년 9월 18일 탬파베이 데블레이스(현 레이스)의 구원투수는 텍사스 레인저스 로이스 클레이튼을 삼진으로 낚았다. 그는 삼진잡은 볼을 포수로부터 받아 탬파베이의 직원에게 건네줬다. 그에게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기념볼이었다. 주인공은 35세의 늦깎이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짐 모리스였다.

모리스는 1983년 밀워키 브루어스에 아마추어 전체 드래프트 4번으로 지명된 유망주였다. 하지만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려 야구를 포기해야 했다. 생활인으로 돌아가 고등학교 물리교사로 직업을 바꿨다. 그렇지만 그에게 야구는 포기할 수 없는 목표였다. 특히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는 게 인생의 꿈이자 도전이었다. 결국 뒤늦게 트라이아웃을 거쳐 탬파베이 유니폼을 입었고 메이저리거가 돼 꿈을 실현했다.

그러나 모리스의 메이저리그 생활은 오래 가지 못했다. 탬파베이는 2000년 5월 뉴욕 양키스전에서 연장 10회 만루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한 그를 방출했다. 모리스의 마지막 메이저리그 경기였다. 이어 또 다시 찾아온 부상을 딛고 LA 다저스의 문을 두드렸으나 끝내 실패했다. 모리스는 1999년과 2000년 두 시즌에 거쳐 21경기에 등판해 삼진 13개, 방어율 4.80을 남겼다. 승패와 세이브는 없었다.

모리스의 감동적 스토리는 2002년 월트디즈니가 영화로 제작해 개봉했다. ‘루키(Rookie)’가 바로 모리스의 스토리다. 영화에서는 데니스 퀘이드가 모리스 역을 맡았다.

현재 애리조나 글렌데일의 LA 다저스 마이너리그 캠프에도 짐 모리스처럼 오로지 한길 메이저리그 꿈을 쫓고 있는 투수가 있다. 39세의 최향남이다. 투수로는 환갑이 지난 나이다.

2005년 LA 트라이아웃부터 지켜본 기자의 판단으로는 무모한 도전이다. 현실적으로 메이저리그 진입이 어렵다. 모리스는 35세 데뷔 때도 시속 157km의 강속구를 뿌렸다. 최향남의 지난해 최고 구속은 141km였다. 직구 평균 구속도 136km다. 하지만 최향남은 그가 추구하는 외길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겠다는 도전 때문에 즐겁다.

LA 다저스 산하 트리플A 앨버커키 아이소토프스의 최향남은 4일(한국시간) 애리조나 글렌데일 캠프에서 조카뻘 되는 선수들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어린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며 체력에 문제가 없냐고 묻자 “미국은 훈련이 많지 않아 괜찮다”며 웃는다. “지난해 다저스 캠프에 왔을 때 선수들이 코치로 왔느냐고 물었다”며 나이의 장벽을 실감했던 그다.

롯데 캠프에서 대만 친선경기 참가를 통보받았던 최향남은 스프링 트레이닝 동안 구단에서 정해준 숙소에 머물고 있다. 자동차도 없고, 부인도 한국에 있다. 자동차가 없어 한국 음식점에 다닐 수도 없다. 마이너리그 선수는 한 달 계약이라 부인도 미국으로 부를 수 없다. 다행히 올해는 캠프에 한국에서 뛰었던 이지모가 이날부터 캠프에 합류해 덜 적적하다.

최향남의 메이저리그 데뷔 성공 여부를 떠나 그의 도전기는 ‘국내판 루키’ 스토리로 부족함이 없다.

글렌데일(미 애리조나주) | 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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