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Q|재범사태로 본 아이돌그룹] “요즘 팬덤, 사장님급 위력”

입력 2010-03-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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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범의 복귀를 바라는 2PM 팬들. 스포츠동아DB

□ 팬덤의 힘은?

“재범탈퇴 팬 간담회는 ‘주주총회’ 성격”
유명기획사는 ‘팬 마케팅 팀’ 별도운영


“팬 관리? 기업의 ‘IR’(Investor Relations) 그 이상이라고 보시면 돼요.”

팬덤의 영향력은 과연 얼마나 될까. 재범 사태의 쟁점은 이제 그가 2PM을 떠난 직접적 배경인 ‘사적인 잘못’이 과연 무엇이냐는 게 아니다.

철옹성과도 같았던 2PM 팬덤이 불과 며칠 새 이렇게 단호하게 등을 돌리기 시작했을까. 2월27일 2PM과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 팬 대표 87명이 모인 간담회 이후 사태는 ‘팬덤과 스타의 갈등’이 핵심이 됐다.

소속사인 JYP는 재범이 탈퇴한 구체적인 배경을 밝힐 순 없다며 팬들의 이해를 구하는 자리인 간담회를 이례적으로 열었다. 이 자리가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진 못했지만, 국내 팬덤 문화를 진일보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듯 하다. 과거 공지 혹은 언론을 통한 보도자료로 대표되는 팬과의 일방적인 소통이 ‘양방향’으로 조금씩 옮겨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팬들과의 소통에 신경 쓴다는 것은 한편으로 ‘그들의 힘’을 스타와 주변 관계자들이 실질적으로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다. 연예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이제 팬의 위상은 회사에서 실질적 오너인 ‘주요 주주’ 의 지위 그 이상”이라고 의미 있는 표현을 했다. 이 관계자는 “기성세대의 눈으론 이런 팬덤의 위치와 영향력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따지고 보면 재범의 영구 탈퇴 과정을 설명한 JYP와 2PM의 팬 간담회는 ‘주주총회’나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이돌 그룹이 주축인 주요 기획사들은 기업의 ‘C. R. M’(고객관계관리) 팀과 거의 유사한 기능의 ‘팬 마케팅’ 팀을 운영하고 있다. 재범 파문에 휘말린 JYP엔터테인먼트는 물론이고 그룹 소녀시대와 슈퍼주니어 등이 소속된 SM엔터테인먼트, 빅뱅과 투애니원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에도 ‘팬 마케팅 팀’이 있다.

규모는 정규 직원 서너 명 선. 처음에는 단순히 팬클럽 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이었으나, 해를 거듭할수록 업무가 넓어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렇듯 전담 부서가 나름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만 팬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엔 사실 역부족”이라며 “올해 주요 기획사들이 관련 부서를 확장하고 그 기능 또한 강화시킬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돌 그룹 못지않은 두터운 팬덤을 지닌 배우 이준기는 정기적으로 팬클럽 대표들과 만나 연예 활동과 관련된 정보를 공유한다.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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