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Q|재범사태로 본 아이돌그룹] “아! 재범”…아이돌그룹 ‘운명의 트라이앵글’

입력 2010-03-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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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범 영구탈퇴’에 대한 팬들의 반발에 직면한 그룹 2PM. 왼쪽부터 우영 준호 준수 택연 닉쿤 찬성. 스포츠동아 DB

‘재범 영구탈퇴’에 대한 팬들의 반발에 직면한 그룹 2PM. 왼쪽부터 우영 준호 준수 택연 닉쿤 찬성. 스포츠동아 DB

□ ‘재범 사태’로 본 아이돌그룹 성공열쇠 3가지


● 생활 “소속사 책임” vs “사생활 관리 막아놓고 무슨”
● 팬덤 “조직적 팬심시대” vs “빗나간 여론몰이 우려”
● 탈퇴 그룹·멤버 아찔한 줄타기… 새 인기 가능성도

* 운명의 트라이앵글=사생활·팬덤·탈퇴


아이돌 그룹은 언제나 ‘핫’하다. 그들이 누리는 인기가 뜨겁고, 일거수일투족에 눈길을 주는 대중들의 관심 역시 뜨겁다. 인기 아이돌 그룹이 탄생하기까지는 멤버들의 ‘재능’과 연예 기획사의 ‘관리’ 그리고 ‘팬덤’의 3박자가 한 데 어우러져야 가능하다.

하지만 그 가운데 하나라도 흔들리면 그룹은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현재 연예계 최대의 이슈인 2PM의 재범 사태가 바로 이렇다.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가 2월25일 재범의 영구 탈퇴를 발표하자, 성난 팬들은 이에 반대하며 2PM이 모델인 제품의 불매 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심지어 나머지 멤버들의 사생활을 파헤쳐 온라인 게시판에 공개하고 있다.

재범 사태를 계기로 ‘관리’, ‘팬덤’, ‘탈퇴’라는 아이돌 그룹이 겪는 운명의 트라이앵글을 그동안 가요계에서 일어난 사례를 통해 짚어봤다.

○ 강인 폭행·음주…소속사 사생활 관리 어디까지?

지난해 10월 그룹 슈퍼주니어의 강인은 술자리 폭행 시비와 음주운전으로 구설에 올랐다. 그는 지금 연예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당시 일부에서는 소속사의 관리 소홀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과연 아이돌 그룹에 대한 ‘관리’의 한계를 어디까지 할 것이냐에 대해 현장의 매니저들은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남성 아이돌 그룹을 맡고 있는 한 매니저는 “어떤 경우는 사생활 침해라고 난리가 나고 또 다른 때는 오히려 관리가 필요하다고 하니 헷갈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JYP엔터테인먼트 등 대다수의 연예기획사들은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한 표준계약서를 채택하고 있다. 소녀시대, 샤이니 등이 소속된 SM엔터테인먼트와 빅뱅, 투애니원의 YG엔터테인먼트는 2008년과 2009년에 걸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적한 시정안을 받아들였다. 이 계약서에는 ‘기획사는 연예인의 사생활을 존중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 대부분인 아이돌 그룹을 관리하는 데는 현실적으로 사생활까지 관여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데뷔 직전부터 인지도를 쌓을 때까지 사생활을 포함한 멤버들의 일상을 꼼꼼히 관리하는 건 여전히 아이돌 그룹을 둔 기획사의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이다.

○ 2PM 음반 반품운동에서 보도자료까지…팬덤의 진화

아이들 그룹의 인기 행방을 결정짓는 팬들의 영향력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재범이 그룹에서 탈퇴할 당시 팬들은 이를 거부하는 집회와 함께 2PM이 발표했던 음반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대대적으로 전개했다. 이는 소속사의 결정에 반대하는 팬들이 조직적으로 자신들의 생각을 보여준 대표 사례다.

이제 아이돌 그룹에 대한 팬덤은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을 쫓는 ‘사생팬’을 넘어 적극적인 의사 표현과 행동으로 진화하고 있다. 스타의 기념일을 축하하고 응원하기 위해 신문 등에 광고를 게재하는 등 스케일도 커졌다.실제로 재범의 팬클럽은 2월 초 아이티 지진 성금으로 500만원을 모아 기부했고 지난해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의 팬들은 첫 솔로 음반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보냈다.

하지만 점차 커지자 팬덤이 때로는 ‘빗나간 여론몰이’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기획사 대표는 “일부 팬들이 매니지먼트 전략까지 깊숙이 개입해 오히려 연예인의 활동을 위축시킨다”며 “점차 스타를 즐기는 여유가 없어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 현아·선미·재범 탈퇴…그룹의 위기? 기회?

아이돌 그룹이 탄생하는 데는 짧게는 3∼4년, 길게는 5∼6년이 걸린다. 그들은 연예계 어느 분야보다 철저한 훈련과 체계적인 기획으로 탄생한 ‘완성품’이다.

때문에 멤버의 탈퇴는 그룹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자, 멤버와 그룹의 마지막 선택으로 받아들여진다. 아이돌 그룹의 멤버 탈퇴가 늘 연예계 핫이슈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포미닛의 현아는 2007년 건강상의 이유로 원더걸스에서 탈퇴했다. 원더걸스의 선미는 학업, 2PM의 재범은 사생활 등이 문제였다. 2000년대 초 높은 인기를 끈 그룹 god의 윤계상, 베이비복스의 윤은혜는 연기를 하겠다고 그룹에서 나왔다.

탈퇴는 그룹과 해당 멤버의 운명을 결정짓는 줄타기다. 윤계상과 윤은혜는 탈퇴한 후 연기자로 성공했지만 그들이 속했던 그룹은 이후 해체하는 운명을 맞았다. 반대로 현아 대신 유빈이 합류한 원더걸스는 ‘텔 미’와 ‘노바디’를 연속 히트시키며 톱그룹으로 부상했다.

2PM도 지난해 말 재범이 빠진 채 음반을 발표해 ‘하트 비트’ 등이 크게 히트했다. 하지만 재범의 영구 탈퇴는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2PM의 활동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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