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8득점’ 가빈 뒤엔 형님들 내조가 있었다

입력 2010-03-09 17: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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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한국형 용병’ 가빈에 대한 삼성화재 동료들의 사랑은 남다르다. 가빈은 8일 신협 상무전에서 V리그 사상 첫 개인 통상 1000득점을 돌파했다.

‘첫 1000점 돌파’ 가빈 활약의 원동력
올 시즌 남자 프로배구 최고 외국인 선수로는 삼성화재 라이트 가빈(24)이 꼽힌다. 고교 시절까지 농구 선수로 뛰다 뒤늦게 배구로 전향했지만 현재 캐나다대표팀 주전으로 활약하는 등 이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가빈은 8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신협 상무와의 경기에서 42득점을 기록, 개인 통산 1018점을 휩쓸며 사상 첫 한 시즌 1000득점을 넘어서는 대기록을 수립했다. 종전 기록은 역시 삼성화재 외국인 선수였던 안젤코가 지난 시즌 세운 885점.

외부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놓고 삼성화재를 ‘몰빵 배구’라고 손가락질 하지만 좋은 신인들을 데려올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 탓에 어쩔 수 없다. 신치용 감독이 작년 6월 멕시코에서 열린 PANAM(팬 아메리카) 대회를 직접 관전한 뒤 불과 일주일 만에 가빈과 계약을 결정했다. 연봉 20만5000달러에 별도 옵션은 우승시 1만 달러 보너스가 전부.

가빈의 활약 뒤에는 동료들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 안젤코가 비교적 조용한 편이었다면 가빈은 자신보다 10세 가량 많은 ‘큰 형님’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먼저 다가서는 외국인 선수답지 않은 모습에 잔뜩 얼어붙어 있는 삼촌들도 마음을 열 수 밖에. 세터 최태웅과는 찰떡궁합이고, 리베로 여오현과도 친하게 지낸다.

특히 여오현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건(?)이 있었다. 올스타 휴식기를 앞두고 여오현이 가빈의 머리카락을 직접 잘라줬다. 가운데를 삐죽 세우는 일명 ‘모히칸 헤어’가 여오현의 작품. 하지만 자신의 헤어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가빈은 최근 복수의 기회를 잡게 됐다. 여오현의 머리카락을 만지게 된 가빈이 만든 작품은 바로 완벽한 스포츠형.

삼성화재 관계자는 “가빈은 한국에서 기량이 많이 성장했다고 좋아한다. 우리 팀도 플레이오프 진출이란 최초 목표를 넘어 이제 챔피언결정전 직행까지 노리게 됐으니 서로 ‘윈-윈’했다고 생각한다. 남은 기간에도 힘을 잃지 않고 제 몫을 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사진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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