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화의 비밀…앙리 축구화 징은 왜 홍명보 보다 많지?

입력 2010-03-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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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에는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많다. 그 중 축구화는 공인구에 대한 적응력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이다. 얼핏 보면 별 차이가 없는 듯해도 공격수와 수비수가 선호하는 각기 다른 스타일이 있을 정도로 축구화는 섬세한 첨단과학의 집합체라 할 수 있다. 스포츠동아DB

 축구에는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많다. 그 중 축구화는 공인구에 대한 적응력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이다. 얼핏 보면 별 차이가 없는 듯해도 공격수와 수비수가 선호하는 각기 다른 스타일이 있을 정도로 축구화는 섬세한 첨단과학의 집합체라 할 수 있다. 스포츠동아DB

《한국축구는 6월 개막하는 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최초의 원정 월드컵 16강을 노린다. 2002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썼긴 했지만, 원정에서 치러진 월드컵에서는 단 한번도 2라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이번 월드컵도 만만치 않다. 각종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고지대, 잔디, 공인구, 강한 바람 등 넘어야할 산이 수두룩하다. 만반의 준비를 해야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것은 당연지사. 아울러 하나를 더 고려해야한다.

그것은 스포츠 과학의 집약체인 각종 장비들이다. 현대축구에서는 첨단 장비도 곧 경기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주 ‘스포츠 & 사이언스’에서는 축구화의 모든 것을 알아본다.》

월드컵을 앞둔 팬들의 관심 중 하나는 축구공이다. 새로운 공인구의 비밀을 알아가는 것이 쏠쏠한 재미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축구화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듯 하다. 축구화 속에담긴 여러 가지 과학적 원리들이 많은 데도 말이다.

“글 잘 쓰는 선비는 붓을 탓하지 않는다”는 옛말이 있다. 첨단과학의 비밀이 숨어있는 축구화가 들으면 서운할 말이다. 얼핏 보기에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은 축구화를 분석해 보자.

축구화의 가장 큰 목적은 발을 보호할 수 있고 안정성과 유연성, 정확성을 보장하며 차고 달리는 표면에서 최적의 견인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각 업체에서는 지난 수십 년간 축구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축구화는 ‘뽕, 또는 스파이크’로 불리는 징(stud)과 발등 주변을 감싸는 갑피(甲皮), 바닥을 구성하는 솔(sole)로 크게 나뉜다.



초기의 징은 앞축에 4개, 뒤축에 2개, 모두 6개로 제작됐으나, 선수들의 동작에 대한 분석과 연구를 토대로 징의 위치와 개수, 모양 등이 개선되고 있다. 수작업으로 신는 경우 자신의 발 버릇에 따라 징의 위치를 조정해 사용하기도 한다.


● 공격수와 수비수의 선호도 차이

우선 징에 대해 정리해 보면, 대체로 공격수들은 부드럽고 정교한 몸놀림을 필요로 하므로 섬세한 움직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징의 개수가 많고 접지 면적이 다소 넓은 축구화를 선호한다.

수비수들은 순간적인 파워를 발휘할 수 있도록 징의 수가 적은 축구화를 선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역시절 홍명보(올림픽팀 감독)의 축구화는 징이 6개, 세계적인 공격수 앙리(프랑스)의 징은 13개로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다음으로 발등 주변을 감싸는 갑피를 살펴보면, 공격수들은 공을 드리블하며 여러 가지 세밀한 기술을 발휘해야 하므로 가죽이 얇고 발에 착 달라붙어 착용감이 좋은 신발을 선호한다.

또한 선수들은 ‘바나나킥’이나 ‘UFO 슛’과 같은 슛을 구사하기 위해 축구화 선택에 신중을 기한다.

특히, 골대 근처 수비수가 막고 있는 프리킥 상황에서 공이 수비수의 장벽과 골대를 벗어나멀어지다 골대 앞에서 멋지게 휘어지며 골문으로 빨려 들어갈 때의 그 감동은 회전하는 공과 공기의 마찰에 의해 일어난다. 휘어지게 하기 위해 공을 차는 순간 강한 회전을 주어야 하며 이 때신발의 표면 상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축구화의 발등 부위의 갑피 디자인에 솔껍질처럼 오돌토돌한 돌기 모양으로 디자인해 기존의 축구화보다 탁월한 킥 상태를 유도한다.

한 실험에 따르면, 이렇게 디자인된 축구화로 공을 찼을 때, 공의 속도는 10%, 정확도는 20%, 회전력은 10%가 향상된다.

반면, 수비수들은 몸싸움이 잦고 힘 있는 플레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착용감보다는 가죽이 조금 두툼하고 딱딱한 것을 선호한다. 최근 기능성을 강조한 축구화가 너무 가볍게 제작되어 경기 도중 발등뼈인 중족골 부상이 종종 발생한다는 점에서 선수들의 안정성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이다.

90분 이상 뛰고 달리는 동안 그 기능을 다하면서도 발의 편안함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는 솔(sole)과 표면의 소재도 중요하다.

축구화 바닥에 배치된 징은 특정 부위에 압력을 집중시켜 오랜 시간 달려야 하는 선수들의 발 컨디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래서 압력을 최대한 분산시키는 기술의 중요성도 강조된다.

발바닥 보호를 위해 탄력성을 유지하면서도 압력 분산이 가능한 세라믹 재질의 물결 무늬판이 주로 사용된다. 구부러짐을 자연스럽게 해 발의 피로도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캥거루 가죽이나 소가죽이 주로 이용된다.

이와 같이 축구화의 소재와 디자인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따라서 축구화에 담긴 이런 원리를 알고 경기를 시청한다면 그 재미가 배가될 것이다.

송주호 KISS 선임연구원
정리 |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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