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두산 감독.스포츠동아DB
“적시타 등 팀 사기 북돋워-두산 8개 구단 중 최고전력? 시즌 뚜껑 열어봐야 아는 것”
“이종범(KIA)이 앞에서 끌어주니까 후배들이 얼마나 힘이 되겠어.” 두산은 2010시즌 전력이 가장 좋은 팀으로 꼽힌다. 용병투수 히메네스, 왈론드를 영입하고 넥센 이현승까지 데리고 오면서 선발이 안정된 까닭이다. 게다가 기존 고창성∼이재우∼임태훈∼이용찬으로 구성된 최강불펜조에 장민익 성영훈 조승수 등 신예투수들이 기량을 끌어올리면서 투수진이 두꺼워졌다.
타력도 어느 팀과 견주어도 빠지지 않는다. 특히 올해는 테이블세터로 이종욱∼임재철∼고영민을 넣고 김현수 김동주 최준석 유재웅 등을 4∼6번에 적절히 배치해 강력한 타선을 구축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8개 구단 중 전력이 가장 좋다는 전문가들의 평가에 “시즌을 시작해봐야 아는 것”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오히려 KIA의 전력을 높게 사며 특히 그라운드 위에서 뛰고 있는 이종범의 의미를 높게 평가했다.
KIA는 뛰어난 투수력으로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다. 토종에이스 윤석민, 양현종과 2009 시즌 다승왕 용병 로페즈가 있었고, 불펜은 상대적으로 약했지만 0점대 방어율 유동훈이 뒷문을 확실히 지켜줬다.
타선에서는 합작 69홈런을 쏘아올린 최희섭-김상현이 제 역할을 해줬다. 이에 반해 이종범은 지난 시즌 타율 0.273·6홈런·40타점을 기록했다. 도루도 11개. 성적으로만 봤을 때는 빼어난 활약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그가 133경기 동안 출장하지 않은 경기는 단 10경기에 불과했다. 123경기 동안 타석에 서면 최선을 다 했고, 결정적인 순간 적시타를 쳐내며 팀 사기를 북돋워주기도 했다.
김 감독은 “팀내 가장 나이 많은 선수가 경기에 나가서 그렇게 열심히 치고 달리는데 어떤 후배가 게으름을 피울 수 있겠는가”라며 “우승 경험이 많고 오랫동안 야구를 해왔기 때문에 툭 던지는 그의 말 한 마디, 조언 한 마디가 후배 선수들의 가슴에 와 닿을 것”이라고 이종범이 KIA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설명했다.
두산은 8개 구단 중 평균연령(25.1세)이 가장 낮다. 팀 세대교체가 활발하다는 방증이지만 중심을 잡아줄 노장선수가 어느 팀보다 필요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우리 팀은 김선우와 김동주가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요즘 입버릇은 “동주와 선우가 해줄 것”. 그들에 대한 믿음이자 팀의 노장선수로서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