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이웃에 ‘짐승’이… 美, 성범죄자 정보 공개 ‘메건法’ 제정

입력 2010-03-11 10:3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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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인 범죄로 성폭행 피해자가 늘고 있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뿐이 아니다. 선진 각국에서도 엽기적인 ‘짐승’들의 행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범죄로 비난 여론이 일자 가해자 처벌에 관한 법률도 강화되었다.》

[미국: 메건 사건]
위험인물 주소-가명까지 공개


이웃집에 사는 상습 성범죄자가 7세 소녀를 성폭행 살인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터지면서 성범죄자의 신상을 낱낱이 공개하는 것을 의무화한 일명 ‘메건법(Megan's Law)’이 제정됐다.

1994년 6월 29일 미국 뉴저지 주 한 마을에서 제시(33)라는 남자가 이웃집 7세 소녀 메건 캥카 양을 집으로 유인해 성폭행하고 허리띠로 목 졸라 살해했다. 그는 이미 네 차례 성폭행과 두 차례 성폭행 살인을 한 전과자였다. 제시는 죽은 메건 양을 다시 성폭행하고 집 근처 공원에 버렸다. 제시는 18세 때인 1979년 뉴저지 주 피스캐터웨이에서 다섯 살짜리 소녀를 성추행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지만 상담 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청소년 교화소에서 9개월 동안 수감된 적도 있었다. 1981년에는 일곱 살짜리 소녀를 성폭행하다가 붙잡혀 6년 동안이나 징역을 살기도 했다. 뉴저지 주 대법원은 그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2007년 12월 17일 뉴저지 주에서 사형제도가 폐지되면서 제시는 사면을 받지 못하는 무기수가 됐다. 메건 양 사건을 계기로 미국에서 성범죄자에 대한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법안이 만들어졌다. 당시 제시는 메건 양 집 길 건너편에 이사 왔지만 메건 양 부모는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 제시의 룸메이트인 다른 2명도 성추행범이었다. 메건 양 부모는 “모든 부모는 성추행 전과범이 이웃에 이사 올 경우 이런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즉각적인 입법을 촉구했다. 청원서엔 40만 명이 서명했다.

일명 ‘메건법’으로 이름 지어진 ‘성범죄자고지법’은 성추행 전과가 있는 범죄자의 신상을 낱낱이 공개하도록 했다. 성범죄자는 각 지역의 등록기관에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사회보장번호, 신체 치수, 가명이나 별명, 사진, 지문, 혈액과 타액 샘플, 수감일, 범죄 사실 및 받은 치료 내용 등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웹사이트에 공개될 뿐 아니라 신문에 공포되고 전단을 통해서도 주민들에게 알려진다. 주소가 바뀌거나 취업을 한 경우에도 반드시 고지하도록 했다. 이런 기록은 적어도 10년 이상 남는다. 1996년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은 성범죄자고지법을 연방법으로 만들었다.

[프랑스: 파리 동부 연쇄살인 사건]
성범죄자 유전자 보존법 만들어


1990년대 ‘파리 동부의 살인자’로 불리며 젊은 여성 7명을 성폭행 살해한 기 조르주 사건을 계기로 성범죄자의 유전자 보존을 규정한 일명 ‘기구법(loi Guigou)’이 1998년 제정됐다. 당시 법무장관이었던 엘리자베트 기구의 이름을 딴 이 법에 따라 범죄인 유전자 색인표(FNAEG)를 작성해 과학수사연구소(INPS)에 보존할 수 있는 길이 처음 열렸다.

고아로 자란 기 조르주는 입양되었다가 여동생들을 차례로 목을 조르려 하며 범죄행각을 시작했다. 10대 후반에 귀가하는 18세 소녀를 성폭행한 뒤 살해한데 이어 이듬해에도 10대 소녀를 성폭행했다. 18개월 형을 선고받았으나 모범수로 가석방된 날 또 성폭행을 저질러 10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그러다 수감기간에 모범수로 선정되어 교도소로 출퇴근하는 반(反)자유 상태가 되자 파리 동부 우범지대로 숨어들면서 연쇄살인행각을 벌였다.

1992년 완전 석방되자 이듬해 지하주차장에서 20대 여자를 성폭행한 뒤 살해하고 라디오방송의 여자 사회자를 성폭행했다. 당시엔 그의 범죄가 드러나지 않다가 1997년 9∼11월에 한 달에 한 명꼴로 젊은 여성을 성폭행한 뒤 살해한 사실이 드러나현재 종신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2007년에는 끔찍한 아동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이른바 ‘에브라 사건’이다. 61세였던 에브라라는 남성이 아동 성폭행 혐의로 18년을 복역하고 나온 직후 또다시 5세 소년을 납치해 성폭행한 사건이 일어나자 시민들이 경악했다. 27년형을 선고받았지만 형을 마치기도 전에 가석방되자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피해 소년의 가족을 엘리제궁으로 초청해 사건의 전말을 들은 뒤 법 개정을 지시해 ‘에브라 법’이 제정되기에 이른다. 아동 성범죄자가 형기를 마쳤더라도 정신과 의사와 판사가 “재범의 우려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판단하기 전까지 평생 강제 입원 치료를 받도록 규정한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상습 성폭행범이 형기를 마치거나 가석방될 경우 화학적 거세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벨기에: 뒤트루 사건]
가석방 제한-사형 부활 목소리


1980년대 말 벨기에를 떠들썩하게 했던 ‘뒤트루 사건’은 유럽 전역의 아동 성폭행범 처벌을 강화하게 한 계기로 평가받는다. 1989년 5명의 소녀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마르크 뒤트루는 징역 13년형을 선고받았지만 3년 만에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후 계속 소녀들을 상대로 끔찍한 성폭행을 저질렀다. 사건 추적 과정에서 경찰이 중요한 제보를 무시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벨기에 시민들이 분노했고, 법원의 가석방제도 및 경찰의 무능함에 대한 거센 질타가 이어졌다. 사형제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30만 명의 시민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결국 벨기에 정부는 1998년 아동 성폭행에 대한 처벌 및 감시를 대폭 강화하기에 이른다.

뒤트루 사건은 1996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엔아동기금 관련 국제회의에서도 이런 문제에 대한 글로벌 공조 결의까지 이끌어냈다.

[스페인: 가석방 상태서 또 범죄]
아동 성폭행범 화학적 거세


영국에서도 2000년 당시 9세 새러 페인 양이 성폭행범에게 살해된 뒤 온 국민의 분노 속에 ‘새러 법’이 제정됐다. 이 법은 성폭행범의 구체적인 신상은 물론이고 거주지 등의 상세정보를 공개해 누구나 이를 검색할 수 있도록 했다. 스페인은 2008년 아동 성폭행범이 가석방 상태에서 어린이를 살해하는 범죄를 다시 저지르는 사건이 발생하자 성폭행범에게 화학적 거세를 하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다. 폴란드 스웨덴 덴마크 등지에서도 이들에게 강제적 혹은 자발적 화학적 거세 방안을 권유하고 있다.

워싱턴=최영 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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